"한화의 "크리스탈"과 "그랑프리"는 우리가 지난 90년 실용신안 등록을
마친 입체무늬 바닥장식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특허권 도용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LG화학)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미 보편화돼 있는 입체무늬 기술을 갖고 특허권 도용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추격을 저지해야 한다는 다급함에서 나온
억지 주장이다"(한화종합화학)

"모노륨"과 "골드륨"의 대결로 시작된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간
바닥장식재 시장쟁탈전이 법정대결로 치닫고 있다.

한화가 LG를 상대로 낸 "LG 입체무늬 바닥장식재 실용신안 무효청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태에서 이번에는 LG가 한화의 "크리스탈"등에
대해 특허권도용을 이유로 법원에 "제조 및 판매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LG가 문제를 제기한 "크리스탈"과 "그랑프리"는 지난해 각각 3백억원과
1백4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화의 대표상품.

주력제품의 발목을 잡아 한화의 "기"를 꺽어놓겠다는 게 LG의 전략인
셈이나 한화 또한 "차제에 "모방시비"의 뿌리를 뽑아 버리겠다"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결과는 예측불허다.

양사간 특허시비는 지난 93년 시작됐다.

그 때도 문제가 된 제품은 "크리스탈".

당시 LG는 "크리스탈이 자사의 실용신안을 침해하고 있다"며 한화에
경고장을 보냈으며 한화는 실용신안 무효청구 소송으로 이를 맞받아 쳤다.

이 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며 고법에선 한화가 패소했다.

따라서 LG의 이번 가처분신청은 특허논쟁의 제2라운드인 셈이다.

"크리스탈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LG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리가 신제품으로 시장을 넓혀 놓으면 한화는 "숟가락만 들고"
덤벼드는 식으로 장사를 해왔다"고 말할 정도다.

브랜드만 다른 "똑 같은" 제품으로 덤핑공세를 펴 시장을 교란해왔다는
게 LG측의 주장이다.

"크리스탈"과 "그랑프리"의 경우도 자사가 지난 91년부터 "토피아"
"초이스" 등으로 키워온 입체무늬 바닥장식재 시장에 뒤늦게 편승한
케이스라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제품의 핵심적 특성인 입체무늬는 한화가 사용할 수 없는
LG만의 실용신안인데도 한화가 계속 판매를 해와 제조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최후의 조치를 취했다고 LG는 밝혔다.

한화에 대한 LG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않는다.

한화가 지난 94년 선보인 "홈카펫"도 자사가 공들여 개발한 "카펫룸"을
모방한 것이며 지난해 시장에 나온 "우드플로어"도 자사의 "우드륨"을
흉내낸 제품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한화측의 설명은 정반대다.

입체무늬는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돼있는 기술이어서
LG가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또 LG의 실용신안을 인정하더라도 제조기술이 서로 달라 문제될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LG가 에어블로잉( Air Blowing )방식을 사용하는데 비해 한화는
인쇄하는 방식으로 "크리스탈"과 "그랑프리"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화는 LG가 가처분신청을 낸데는 다른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처분신청"이라는 법적장치를 이용해 자사의 추격을 잠시라도
늦춰보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무리수라는 분석.

가처분신청이 들어가면 도매상들로서는 한화제품을 취급하는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한화가 제기한 실용신안무효청구소송이 고법에서 기각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한화종합화학 유중식기획실장겸 특허법무실장(이사)은 "우리가 낸
LG실용신안 무효청구소송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LG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연간 3천5백억~4천억원 규모로 추청되는 PVC바닥재 시장은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LG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지금은 한화가 LG를 바짝
추격한 상태다.

지금은 LG조차도 양사간 셰어가 58대36이라고 말할만큼 한화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한화가 주장하는 자사점유율은 45%).

양사의 대결은 15일 열리는 첫 심리와 이후 계속될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패배"하는 쪽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LG가 한화의 추격에 쐐기를 박을 수있을 것인지, 아니면 한화가
자사제품에 대한 "법적 보증"을 받을 수있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