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근한보그룹 신임회장(34)은 몇년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누구냐"고 묻자 서슴없이 "아버지 정태수총회장"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를 교과서로 삼아 일을 배우고 있다"고도 말했다.

"아버지 이외의 기업인 중에선..."이란 물음엔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회장"을 꼽았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창의력이 부럽기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정회장은 실제로 아버지 정총회장을 많이 닮았다.

지난 91년 수서사건과 지난해말 비자금사건으로 정총회장이 "유고"중일때
그가 보인 경영수완은 아버지 못지 않았다.

사업추진에 저돌적인데다 나이답지 않게 카리스마적인 통솔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까지 그렇다.

이는 지난 83년 가족회의에서 일찌감치 후계자로 결정된뒤 수서사건때
29세의 "어린 나이"로 수습을 떠맡는등 실전 경영수업을 받은 결과인지
모른다.

게다가 아산만 철강공장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대부분 현장에서
숙식을 할 만큼 일에 열정적인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아서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회장은 역시 빌게이츠를 좋아하는 "신세대 경영인"이다.

서울 남강고등학교를 졸업한뒤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현실감각과 합리성을 중시한다.

그룹 부회장 시절 사무실을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해 전자결제를
도입했다.

자신은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출장때나 집에서도 결제를 한다.

8단계이던 결제 절차도 사원-부서장-임원-부회장등 4단계로 줄여
버렸다.

"사내 신문고"를 신설해 직원들의 건의나 애로사항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정회장의 "조용한 내부개혁"은
계속됐다는게 그룹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호연빙그레회장 이만득삼천리회장 정몽원한라그룹부회장등과 함께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경영연구회(회장 김연호삼화제지회장)멤버이기도 한
그는 특히 친구등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지금도 "곰"이라는 별명을 부르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부를땐 거의
참석한다.

소주 두잔이면 "치사량"이라지만 노래방까지도 빠지지 않는다.

18번은 동백 아가씨.

취미는 "스쿼시"로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체육관에 들러 땀을 흘린다.

대학때 배운 골프는 현재 핸디 20정도의 실력.

"금강삼매경" 등 불교서적을 수십권이나 탐독할 정도로 불교철학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지난 88년 제일병원 부원장인 김승훈씨의 딸 정윤씨(31)와 중매반
연애반으로 결혼해 1남2녀를 두고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