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기가 급격히 하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전망은 다행스럽게도
빗나가고 있는 것같다.

1월중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12.4%, 지난해 12월보다 7.1%나 증가했다.

전경련이 내놓은 3월의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11월이후 4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출증가 선거특수에 따른 내수부문의 수요확대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조기
집행에 따른 건설부문의 활성화로 3월의 산업경기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급랭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경기흐름은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

각 연구기관에서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높게 수정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1.4분기에 8% 성장을 기록, 연간 성장률이 당초전망치
7.4%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몇가지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해서, 또 연구기관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 해서 경기 불안감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고성장 국면에서도 부작용이 있지만 경기하강 국면에서도, 또 당초 예상
보다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다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물가불안은 여전하고 무역적자는 올해들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기 양극화현상은 올 들어서도 여전한 것 같다.

지난 1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부도업체도 늘어났다.

경제에서 전환기가 아닌 적은 없지만 오늘날 국내외 경제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수 없다.

올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데 있어서도 우리의 관심은 급변
하는 경제환경에 우리 경제와 기업의 적응능력이 어떤가에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산업구조는 당연히 조정된다.

그런 과정에서 성장산업과 기업, 사양산업과 기업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수요구조와 소비패턴이 달라지는데서 오는 필연적 결과다.

호황기업과 불황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구분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적응력과 무관하지 않다.

계절이 바뀌듯 경기도 호.불황을 거듭하면서 경제는 발전한다.

경기하강기엔 고통이 따르지만 경쟁력강화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성장률 높낮이만으로 경제를 평가해선 안된다.

경제운영을 한판의 승부로 볼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를 이야기하려면 언제나 상품및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품질에서 선진국과 경쟁국에 밀리고, 가격에서 후발 개도국에 밀리면
"저능률 고비용" 구조는 굳어진다.

그런 구조에서 경쟁력이 강화될수 없다.

무역적자도, 물가불안도 따지고 보면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다.

세계 어느나라든 잘사는 나라는 그들 나름대로 잘사는 방법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무엇에 특화해서 경쟁에 이기려고 하는가.

경제성장은 어려움을 참고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불황극복, 경쟁력강화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