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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우군정치 .. 정만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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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무릉도원에라도 와있는 것일까.

    세금을 절반으로 줄여주고,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은 다 보내 주고,
    중소기업은 부도가 나지 않게 하고...

    노인복지가 최우선인가 했더니 여성도, 월급쟁이도 가장먼저 배려해
    주겠단다.

    말대로라면 교통난과 물가난은 바로 풀리고 경제고, 정치고, 민생이고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또 그 맹랑한 말잔치가 시작됐다.

    정견이 아니라 글짓기 시합과 혼동이될 정도다.

    무분별한 선심공약의 폐해는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한번만 더 말하면 백번이다.

    지키지 않을 약속이 난무하면서 민심을 어지럽히고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잘가고있는 경제를 공연히 들쑤셔 놓는 것도 바로 허황된 정치구호들이다.

    공약이 지켜지기만 한다면야 정치가의 약속은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공약따로, 실천 따로이기에 공약의 과다는 불신의 높낮이와
    정확히 비례한다.

    "공약을 가장 적게한 후보를 뽑아라. 그 사람이 나중에 가장 적게
    실망시키니까"

    버나드 바루크의 이러한 얘기가 금언이 돼있는 것도 그래서다.

    어차피 공약이란게 다 지켜지기가 어렵기는 하다.

    약속할 때 하고 사정이 달라지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벽에 부딪칠
    수도 있다.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는 공약을 지킬래야 지킬 도리가 없기도 하다.

    한데 문제는 단순히 정치인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보다
    더 근본적인데 있다.

    여건이 달라지거나 허락되지 않아서 못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말들을 하고 다닌 다는 점이다.

    요즘보면 아예 "작심하고"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례도 있다.

    원초적 거짓말이다.

    3년전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민자당은 대통령선거 때 집권후 2년안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선에서
    안정시키고 국제수지는 흑자로 만들겠다고 했었다.

    약속한 기간을 넘어 3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굳이 실적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여건은 그리 크게 바뀐게 없다.

    달라진게 있다면 당명뿐이다.

    그렇다고 물가와 적자를 잡기 위해 노력을 안한건 더더욱 아니다.

    당시 경제부처 공무원들이"불가능한 약속"이라고 평가했었듯이
    "희망사항"을 "약속"으로 떠든 결과다.

    낙선됐지만 다른 후보는 금리와 아파트 값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었다.

    또 다른 후보는 세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힌 길은 다 뚫어주고 온 사방에 공단을 지어주겠다며
    선심을 쓰고 다녔다.

    이제 요즘의 공약을 보자.별로 다르지 않다.

    정치권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사람까지 되돌아와 옛날에 들어본 그때
    그 얘기를 얼굴도 붉히지 않고 외고 다닌다.

    부가가치세율을 5%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이 나와있다.

    이렇게 하면 작년기준으로도 줄잡아 7조원 가량이 덜 걷히게 된다.

    작년 일반회계 세입의 13%를 넘는 규모다.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도 내리고 생활필수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없애겠단다.

    당마다 정도와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대게 엇비슷하다.

    하긴 세율이야 까짓것 내리면 그만이다.

    집권당이 입법절차를 통해 세법을 바꾸겠다는 데야 할말이 있을수 없다.

    한데 다른 쪽에서는 대도시에 도시철도를 더 늘리고, 임대주택을 더 짓고,
    농어촌 부채는 상환이자를 동결하겠단다.

    더욱 고약한건 그러면서 말미에는 "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건 단순히 앞뒤가 맞는 얘긴지의 여부를 떠나 과연 백성을 무엇으로
    아는지를 따져볼 문제다.

    한마디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우민정치다.

    이쯤되면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꾼"이랄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 "꾼"들에게 미생지신(미생이라는 사람이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홍수가 졌는데도 다리기둥을 끌어안고 기다리다
    죽었다는 고사)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거짓말만은 하지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나서 이치에 닿는지를 계산해 준다면 더욱 가상한
    노릇이고.

    "코미디에서도 이렇게는 안한다"며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 판을 떠난
    게 바로 작금의 정치판이다.

    이대로 가면 우민정치가 아니라 이젠 국민이 정치인을 바보취급하는
    우군정치가 될 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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