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의 작가 이순원씨(38)가 새 장편
"수색, 그 물빛무늬"를 펴냈다 (민음사 간).

6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의 유년시절 체험과 축첩제에
얽힌 얘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또 모든 것에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죠.
새엄마가 떠난 이유도 "친어머니의 자리가 너무 넓어서"였습니다.

"수호엄마"라는 호칭에는 새 아이를 낳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이는 어머니만의 "기품"이기도 하죠" 시앗을 데려다 자기자식의 엄마로
부르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데 대한 설명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 이수호는 "수색"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때문에
아내의 오해를 사 별거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수색은 아버지의 첩이자 한때 자신이 친어머니로 알고 있었던
"수호엄마"가 살던 곳.

아버지가 첩을 얻자 어머니는 그녀를 데려와 "수호엄마"라고 부른다.

그녀를 친어머니로 알고 지내던 수호는 어느날 그녀가 떠나버린뒤
이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친어머니에게는 원망과 미안한 감정을, 새엄마
에게는 알수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작품속에는 두 사람에 대한 감정조율이 아내와의 불화를 해소하는
과정과 겹쳐져 나타난다.

서울 변두리동네 "수색"으로 "물빛" 그리움을 띄워보내는 주인공의
"마음의 행로"가 섬세하고 잔잔하게 무늬져 있다.

"장편 "힘을 찾아서"를 준비중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왜소해지기만 하는 남성의 원초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죠"

58년 강릉 태생.

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창작집 "그여름의 꽃게"와 장편
"우리들의 석기시대" "미혼에게 바친다" 등을 내놓았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