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공무원들사이에 최근 외국어학습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본청 구청을 가릴 것 없이 간부부터 말단직원까지 외국어 회화능력을
키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청과 구청 자체내에서 초.중.상급반을 편성, 범기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서울시산하 공무원들이 뒤늦게나마 외국어학습열기에 휩싸일수
있었던 것은 지난달 미8군 장교부인 등 외국여성을 초청, 시정설명회를
가진데서 비롯됐다.

이날 1시간 남짓 진행된 시정설명회에서 조 순시장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린 간부직원들을 곁눈질하면서 외국인들의 질문을 혼자 도맡아
대답했던 것.

이후 조시장은 간부회의 자리에서 세계화시대를 맞은 공무원의
어학능력을 강조했고 우수한 어학능력이 있는 직원이 해외에 파견될 수
있도록 인사시 반영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공무원 외국어학습 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당연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서울시청은 지난 4일 6개반의 영어회화반을
구성해 개강했다.

간부반 기초반 초 중 상급반등으로 편성,2백51명의 시청직원들이
오전 7시20분부터 8시40분까지 수업을 받는다.

일어반도 초 중 상급등 3개반 97명이 편성돼 운영에 들어갔다.

강사진은 외국어대에 재직중인 외국인이거나 미국에서 석사를 받은
한국인 강사들로 교육운영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시는 앞으로 중국어반도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베이징등을 방문한 조시장이 "베세토 (베이징 서울 도쿄)"
협력라인을 중요시하면서 중국어의 강조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외국어학습 열풍은 본청뿐만아니라 각 자치구청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원구(구청장 최선길)가 서울시 본청과 발맞추어 4일 영어 일어
학습반을 개강한 것을 비롯 용산구(구청장 설송웅)도 5일 78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 일어회화반을 꾸렸다.

지난해 영어교실을 운영했던 강북구(구청장 장정식)는 5일부터 일본어
교실을 개강, 지원한 3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구청의 외국어 학습이 본청과 다른 것이 있다면 성적우수자에게
베푸는 특전이 다소 약하다는 정도.노원구는 성적우수자를 선발해
앞으로 사설외국어학원에서 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우수직원을 해외현지어학교육을 시키겠다는 것과는 메리트의
차이가 큰 편이지만 직원들을 공부에 열중하게 만드는 한 방편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근무후 학습이 열린다는 것.

따라서 대단한 의욕이 아니고는 웬만해서는 지원하기가 힘든 편이다.

설송웅 용산구청장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학습열기가
대단하다"면서 "성적우수자에게는 구청장권한으로 우선적으로 해외
연수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세계화시대를 따라잡으려는 구청도 있다.

성북구(구청장고재득)는 미래지향적 사고와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 직원들의 해외배낭여행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올해에만 동남아지역 유럽지역 미주지역으로 약 3백명의 직원이
해외배낭여행을 떠날 계획인 성북구는 1인당 80만원씩 경비를 일괄적으로
지원한다.

오는 12일 첫 해외배낭여행팀으로 유럽에 나갈 이강진씨(총무과)는
"세계화시대를 맞아 실질적인 체험을 할수 있는 기회라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세계화시대에 경쟁하기위해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외국어
교육 열풍을 뒤늦게 맞닥뜨린 공무원사회가 어떤 변신의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