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접어들어 건망증이 심해지면 노인성 치매가 일찍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노인성 치매는 경미한 기억력의 감퇴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옷입는 방법,
밥먹는 법, 계단을 올라가는 법 등을 잊어버리게 된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언제사고를 낼지 몰라 늘 보살펴줘야 한다.

치매는 본인보다도 주위사람이 더 괴로운 질환이지만 아직 뚜렷한 예방과
치료법은 없다.

가톨릭의대 김범생 교수(신경과)는 "사람이 65세를 넘기면 20대에 가졌던
신체기능의 20~25%가 감퇴된다"며 "치매는 예컨대 586급 PC가 386급 PC로
기능이 떨어져 각 인지기능간 네트워킹이 안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교수는 또 "치매는 아주 서서히 진행되므로 자각할수 없지만 양성건망증
과 치매를 구분할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똑같은 환경과 업무에 익숙하던
사람이 색다른 환경과 업무에 노출됐을 때 당황하고 일의 처리능력이 급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이상 노인의 5%가량이 각종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후
매년 1%씩 증가해 80세에 이르면 20%가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중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47.4%, 뇌혈관질환성 치매가 26.3%를 차지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신경세포의 광범위한 파괴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세포의 노화나 파괴는 21번과 19번 염색체이상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과다생성되어 신경세포내에 축적돼 독물질로 작용한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 조각이 분리되는
기전을 연구해 이과정에 작용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또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에 아세틸콜린의 공급이 부족하게되면 뇌의 신경
세포및 돌기가 뭉쳐져 노인반이 생기며 뇌조직이 위축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측두엽의 해마라는 부위에 노인반이 침착되면 기억력 감퇴가 극심해
진다고 한다.

치매는 알콜성간질환등 대사성질환, 갑상선질환등 내분비질환, 뇌졸중
뇌종양등 뇌질환, 뇌농양 신경매독등 감염성질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유발될 수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등의 성인병도 직간접으로 치매를 악화시킨다.

감당할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을 주지만 과다해지면 신경을 손상시킨다.

또 알루미늄 수은 납 등의 중금속은 신경의 세포독으로 작용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숙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래나 글짓기를 통해 뇌세포를 많이 사용하고 자기표현의 기쁨을 누리도록
한다.

과음과 흡연을 삼간다.

또 밝은 표정으로 생활하고 고도의 취미를 통해 사람들과의 교제를 꾸준히
유지한다.

말수가 적으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

활자를 통한 정보습득을 꾸준히 해야 판단력 상상력 기억력의 쇠퇴가 크게
줄지 않는다.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등 도전적인 정신으로 생활한다.

좋았던 기억들을 자꾸 되새기고 여행길이나 여정등을 음미하려 애쓴다.

가정과 사회의 연결고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공헌할바를 찾고 실천에
힘쓴다.

김교수는 치매예방을 위해 "식사는 염분과 콜레스테롤 지방이 적은 것으로
하고 혈관의 탄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양파 당근 시금치 수박 귤 딸기
토마토 멜론 등을 많이 섭취하라"고 권한다.

또 불포화지방산과 DHA등을 많이 함유한 고등어 정어리, 뇌할동을 활발히
하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는 굴 참치 조개 등을 자주 먹으라고 말한다.

DHA는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과 사교성을 높여 치매 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현재 약물치료로는 뇌의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타크린 피라세탐
이데베논 등이 있으나 부작용이 있거나 약효가 적어 치료효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일본에서 엄청난 연구비를 들여 예방약 연구가 한창
이어서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감 갈대뿌리 야생미나리 영지 등을 이용, 이에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