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 서평위원회
*** 저 자 : 박석무/정해염 편역
*** 출판사 : 현대실학사


다산 정약용선생의 학문세계는 너무 방대해서 일반독자로서는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도 "목민심서"를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필요할 때 몇군데
뒤적인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문학에 관한 글도 적지 않은 것을 알고 그런 글만을 따로 모은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박석무.정해류이 편역한
"다산문학선"이 나왔다.

그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으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기지 않은 시를 시라고 할 수는 없다"(학연에게 부치노라)고 말한다.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나 군신, 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는데 있으며
더러는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이끌어내는데 있다.

다음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서 힘없는 사람을 구원하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자 방황하고 안타까워 차마 내버려두지 못하는
간절한 뜻을 가진 다음이라야 바야흐로 시가 되는 것이다"(두 아들 보거라)

시세에 영합하거나 말장난으로 시종하는 시(문학)가 판을 치는 요즘 귀담아
들을 시론이다.

벼슬살이 방법에 대해서는 "임금을 섬길 때는 임금의 존경을 받아야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치 않다.

또 임금의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지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는게
중요치 않다"(아들 학연에게 내려주는 교훈)고 전한다.

돈에 대해서는 "무릇 재화를 숨겨두는 방법으로는 남에게 베풀어버리는
것보다 더 좋을 게 없다"(두 아들에게 주는 교훈)고 얘기한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자만이 득세하고 한때 통치자였다는 자들이
도둑질한 돈을 갖고 나와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세상에 샘물처럼 시원하게
들리는 말이다.

이책에는 이런 교훈적인 글외에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도 있다.

"적은 돈으로 배 하나를 사서 배안에 고기그물 네댓개와 낚싯대 한두대를
갖추어 놓고, 또 솥과 잔과 소반같은 여러가지 섭생에 필요한 기구를 준비
하며. 그리고 물에 떠다니면서. 바람을 맞으며 물위에서 잠을 자고 마치
물결에 떠다니는 오리들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다가, 때때로 짤막한 시가를
지어 팔자가 사나워 불우하게 된 정회를 읊고자 한다"(늙은 낚시꾼의 뱃집)

이것은 사람의 원초적 슬픔에 대한 깊은 통찰의 글이다.

다산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새롭게 보게해준
편역자, 특히 박석무의 오랜 공부에 고마움을 느낀다.

신경림 < 시인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