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한햇동안 해외여행을 한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380여만명에
달했다.

이들중에는 사업 등을 위해 여러번 해외영행을 한 사람도 많겠지만
어림잡아 볼때 열에 한사람 쯤은 95년중 해외여행을 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의 관광학이나 관광산업의 역사는 불과 30여년 정도로
아직까지 일천한 편이다.

그러나 관광은 벌써 우리 생활과 뗄래야 뗄수 없는 위치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여가선용"은 생산이나 노동 못지 않은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가시간의 증가추세와 함께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관광산업의 현황과 미래상을 들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관광학과의 안종윤 교수(64)를 행당동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안교수는 지난 60년대 중반부터 관광학을 연구하고 또 후진양성에
주력한 몇 안되는 원로 관광학 교수중의 한 사람이다.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안교수는 관광정책과
관광학으로 연세대 및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82~86년에는 관광학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양대 관광연구소장과 한국관광공사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안교수는 한국정책학회 환경-지원분과 정책학회장으로도 활동중이며
관광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 모임인 "국제 관광전문가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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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분야를 연구하신지 30년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관광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우리나라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0년대
초부터 입니다.

5.16이후 외화획득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보이지않는 수출산업"인
관광업이 시작됐습니다.

내 경우 사실 관광이라는 말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형편에서
관광행정을 공부하기 시작한 셈이지요.

그러나 관광산업이 미래의 유망산업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사회적으로 유익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광학이나 관광산업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가 4백만명에 달하는등 우리나라도 이젠
대량 관광시대를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수용태세조차 제대로
갖추지를 못해 관광객유치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호텔 객실부족현상과 항공권 부족문제는 심각한 현실로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지요.

"객실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해 한국관광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항공좌석의 부족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지요.

우리나라도 이젠 세계10대 관광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만큼
수용태세 확립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관광진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또 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은 빈약한 편이라는 지적도 많은 것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는 관광자원이 풍부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해서 관광산업에 지장이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입니다.

긍정적으로 볼때 우리의 삶 자체가 모두 관광자원인 것은 물론이고
5천년 역사중 훼손되거나 잃어버렸던 문화를 관광사업을 통해 복원할
수도 있습니다.

또 현재 있는 관광자원을 잘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연적인 관광자원이 없다면 디즈니랜드나 자연농원, 대전의 엑스포
과학공원처럼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각종 이벤트사업이나 박람회 등도 훌륭한 관광시설이 될수 있지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가 자연농원이나
롯데월드 등이라는 점은 음미해 볼만한 일입니다.

관광산업은 자원의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광자원이 없어서 관광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최근 영세 여행사의 난립 등으로 여행상품의 덤핑판매 등 부작용이
많다는데.

"관광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할 여행사들이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못해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해
영업망을 확충해 나갈 경우 고객을 거의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제한된 항공좌석과 호텔 객실을 확보하기 위한 집안싸움 성격의
과당경쟁이 심하고 자금력과 기획력이 뒤떨어져 원가절감 및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외국의 대형 여행사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위해서는 여행업체의
등록기준을 강화하고 도-소매 업체로 구분해 대형화 건실화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도 봅니다"

-문화체육부는 요즘 "문화관광"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문화관광이 지향해야할 바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같습니다.

관광에 나서는 사람들의 흥미나 관심은 다양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 즉 문화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기 때문입니다.

문화관광이 지향해야할 것은 첫째 관광이 문화환경의 보존과 창조에
기여할 수있도록 하고 문화교육의 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국민들이 문화재를 보존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상황인식을 하게되면 문화재의 보존과 재창조도 본격화될
것입니다.

이같은 문화관광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새로운 지역문화 창조에도
큰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 배낭여행 등 여행붐이 일고있는데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젊은이들의 배낭여행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많이 알아야 경제발전도 이룰수 있는 만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기왕이면 사전에 여행목적지에 대해 문화적으로 잘 알고 가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예의를 잘 갖춰 우리나라를 전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할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앞으로의 관광산업은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요.

"지난 70년대 이후 경제적 상황이 점차 나아져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여가 시간도 확대되면서 관광의 대중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구의 도시집중에 따른 일상 생활의 환경 악화도 관광 대중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지요.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허만 칸은 "21세기에는 인간이 1년에 1백47일만
일하면 되고 나머지 2백18일은 여가시간이 될것이다.

이 여가는 관광에 주로 소비될 것인만큼 2000년대는 관광의 시대라
할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1주일중 2일반만 노동을 하고 나머지는 여가 시간이 되는 만큼 인류의
3대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핵전쟁의 위기, 환경공해 위기, 여가시간 증대로
인한 위기중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권태의 위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꿈같은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노동시간 급감이라는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시련이 될 것이 명백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여가시대에 대응하기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할 것입니다.

여가생활을 충실하게 즐길 수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광산업이 해야할 일입니다"

-한국정책학회의 환경-자원 분과위원장도 맡고 계시지요.

정책학회는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한국정책학회는 공공이나 민간부문에서 그동안 누적된 문제 및 앞으로
예견되는 문제를 제대로 알고 또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목적아래 4~5년전
설립된 연구단체입니다.

현재 회원은 약5백명인데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사회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모두 모인 셈이지요.

본인이 회장을 맡고 있는 환경-자원 분과정책학회는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또 해결영역을 찾기위해 나눈 분과학회중의 하나입니다"

-관광을 전공하신 교수님에게 알맞는 일이라고 보여지는군요.

얼마전 설악동의 모노레일 건설문제가 말썽이된 적이 있었는데
관광개발과 환경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광개발과 이용 문제는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룰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그동안 우리나라의 관광개발 실태가 잘못돼 "개발=파괴"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같은 말썽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관광의 본질을 모르는 토목-건축가들이 관광개발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당연한 말썽이라고 볼수도 있지요.

관광개발은 완전보존형과 이용가능지역 등으로 구분해 계획되어야 하며
이렇게 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개발하지 않으면 보존된다는 생각은 무리지만 완전 보존지역이나
이용가능 지역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구분도 없이 모노레일설치와 같은
계획을 세운다면 자연파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요"

[ 대담 = 조태현 체육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