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도대체 왜그래요.

호재아닌가요"

외국인투자한도확대가 발표됐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면치못하자
투자자들과 증권사직원들간에 이런 물음이 오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은 차라리 발표되지 않은만 못하다고 푸념하고 있다.

괜히 증시민심만 뒤숭숭하게 만들었다며 외국인투자한도확대 발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때문인지 한도확대발표로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측도 저으기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도확대발표에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한도확대발표 자체가 주가하락의 원인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한도확대발표 시점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증시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매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기관들의 입장이 주가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관들은 3월 결산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 적자폭이 사상 최대폭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에서 이익
실현을 위해 보유물량을 대거 내놔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기관들은 26일 한도확대 발표라는 호재를 타고 유입되는 매수세
탄력을 매도기회로 이용, 매물을 늘렸다.

26일 하루동안 기관들의 순매도물량이 지난주 일일평균 1백35억원보다
훨씬 많은 3백28억원에 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기관들이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욕을 들어가면서도 매물을 내놓을수
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여기에다 기관들은 한도확대가 시행되는 4월1일을 앞두고 외국인선호종목을
사기 위해 기타보유물량을 현금화하고 있는 것도 주가하락의 원인이란 분석
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릴 은행등 금융주와 대형고가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자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또 최근 검찰의 경기화학등 작전종목에 대한 수사와 일부
펀드매니저를 소환조사한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 한도확대의 약효를 희석
시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외국인투자한도 확대의 실질적인 효과는 시행시기인 4월쯤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이틀의 단기적 투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있는 시기가 4월부터인 만큼 효과도 이때
구체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도확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증시에 나와 주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1차한도확대는 한도확대가 처음이었던 만큼 실시 3개월전
부터 주가에 반영됐지만 2차때는 자금유입이 본격 이뤄진 시점에서 주가가
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한도확대는 작년 5월3일 발표된 뒤 시행시기인 7월1일부터 외국인자금
유입에 따른 매수세유입으로 주가가 올랐다.

자금순유입도 5월 1억8백만달러 마이너스였다가 7월 14억2천1백만달러가
순유입됐다.

3차례에 걸쳐 외국인한도가 확대되면서 점차 발표 자체보다는 자금의
직접적인 유입이 있어야 주가가 오르는 양상을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 남영태이사는 "현재 주가움직임은 한도확대가 악재여서라기보다
증시여건이 오비이락격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약 20억달러규모의
자금유입이 예상되는 4월부터 한도확대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