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경영이념 경영전략 등을 해외투자지역에 이식하는
"경영시스템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투자가 대폭 확대되고 현지채용인력의 규모가 급증하는데 맞춰
글로벌 경영의 한 축인 "싱글 본사"체제를 구축키 위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의 해외현지법인에 근무하는
현지채용인력 1백여명을 선발해 올해부터 "해외 신경영 에이전트
양성교육"을 실시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들 현채인들은 3주간 <>한국의 역사 <>삼성의 신경영 <>올해의
경영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특히 이들은 각 "지역본사"의 엘리트 사원들로 앞으로 삼성의 신경영을
해외 각지역에 전파하는 "에이전트"역할을 수행한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삼성의 이같은 프로그램은 올해를 "해외 신경영 원년의 해"로 선포,
국내 본사에서 정착단계인 "신경영의 이념"을 해외본사 해외합작법인
등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경영이념의 수출은 단지 지역본사나 해외현지공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합작선이나 인수한 기업에 자사의 경영이념을 전파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태국의 합작선인 팍타이사에 "슈펙스"를 전파하고 있는 선경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93년부터 선경과 합작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팍타이사는
"슈펙스 경영지침"을 태국어로 번역해 경영회의에 사용중이다.

또 이를 자사와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연구소 대학등에도 배포하고
있다.

해외 합작법인이나 현지 공장이 많은 전자 자동차회사에서 현채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영시스템 선교"를
겨냥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해외 각 지역법인에서 채용한 신입사원을 평택
연수원에 불러 집단 연수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입사 2년이상의 사무직 사원들은 "우수사원 교육과정"을,
현채인 관리자들에겐 "해외 임플로이(employee)매니저 교육"을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정도경영" 이념과 기업문화를 현채인에게 습득시켜 세계
각지역에 LG경영시스템을 심기 위한 것"(황호진 LG전자 러닝센터 연수담당
이사)이다.

대우전자도 비슷한 "경영이념 수출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멕시코 세탁기공장의 현채인 20명을 불러
6개월간의 연수에 투입했다.

교육과정엔 대우전자의 "세계경영"이 중요 항목을 차지했다.

단순히 생산직 사원을 대상으로 한 기술연수가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대우전자가 현채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수과정엔 현채인
간부(과장급 이상)를 비롯 현채인 사장까지도 포함된다.

대우자동차는 작년 8월부터 루마니아 로대 공장 근로자와 간부사원
8백80명을 부평공장에 연수시키고 있다.

또 인도 공장의 관리직 사원 28명도 국내 연수중이다.

이들은 생산기술 습득과 함께 대우자동차가 전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이념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아예 "외국인 인턴제"를 도입해 현채인 엘리트화에
나선 케이스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대 등 미국의 9개 유명대학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추천받아 인턴 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

이들 외국인 인턴 사원들은 6개월간 국내 본사 또는 해외 지사에서
두산그룹의 각종 문화를 습득케 된다.

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현채인들의 "본사화""한국화"를
겨냥한 경영전략이다.

현지공장의 관리및 인사시스템을 현지화해 각 지역별 실정에 맞도록
하는 "멀티"전략은 국내 기업 "세계화"의 가장 중요한 축.

그러나 이는 한편으론 본사의 이념과 경영전략을 현지로 전파해 단일화한
경영철학을 세우는 "싱글"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시스템이란 "현지화"를 씨줄로 또 "싱글화"를 날줄로
해서 완성되는 베짜기와 같다"(삼성그룹 이우희인사팀장)는 설명이다.

현지 법인이나 지사에 본사의 경영이념을 전파하는 1단계 글로벌
경영에서 합작선이나 해당 국가 지역사회에까지 본사의 경영이념을
수출하는 2단계 글로벌 경영으로까지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도 IBM이나 코카콜라 처럼 인종과 국경없이 세계를 향해
뛰는 "다국적 기업"의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