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엄청나게 진보를 보이고 있는 오늘날에도 인간이 여전히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씨만큼 잘 상기시켜 주는 것은 없다.

지구의 기상변화는 대기가 태양의 복사열에 자극받아 활동함으로써
일어난다.

적도지대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상승하여 극지방으로 이동해 가는
한편 극지방의 차고 건조한 공기는 적도지방의 빈 자리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여기에 계절에 따른 일사각의 변화를 비롯 바다와 육지,산지와 평지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미되어 기상이라는 변덕스러운 지역적 현상을
빚어낸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폭우와 폭설,폭풍과 가뭄이 발생해 인간생활을
마비시키는가 하면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가져온다.

인간이 이러한 기상변화를 예측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놓은 마당
인데도 그 거대한 힘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과거에도 기상이 역사를 역류시킨 사례가 적지않다.

1588년 영국은 강한 서풍에 힘입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찔렀다.

경장비의 영국함대가 역풍에 허덕이는 중장비의 스페인 전함들을
기민하게 공략했던 것이다.

서풍이 자거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더라면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의 제국건설계획을 무산시킨 것도 기상이었다.

그는 워털루전투에 앞서 비가 내려 벌판이 진창이 되자 공격을 6시간
늦추었다.

그것이 영국군에 프러시아 원병이 가세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
그를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

또한 기후는 인간생활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기원전 1700년께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북부에 꽃핀 인더스문명이
사라진 것도 계절풍이 갑자기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900~1130년께는 북유럽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온화하여 영국에서는
포도재배가 절정을 이루었는가 하면 아이슬란드를 식민지로 만들고
북아메리카 탐험에 나설만큼 활력이 넘쳤었다.

대기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기상의 영향을
받는다.

인체 주거 건물 산업 교통등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

때마침 기상청이 올하반기부터 기업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기상연수를
실시한다고 한다.

특히 기상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전략 수립과 생산품의 수요창출이
주내용이라서 자못 흥미를 끈다.

특히 계절적 기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의 종사자에게는 유익한 연수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바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