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어떤 행동규범을 가져야 할까.

그 경험이 일천한데 반해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현지에서의 경영관리,특히
현지 근로자에 대한 노무관리가 중요하다.

동남아 중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중에는 현지인 종업원과의 마찰이
사회적 물의로 비화,어려움을 겪은 업체가 적지 않다.

경제단체협의회가 23일 "해외 투자기업의 행동강령"을 채택한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인식에서 나온 자율적 대응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경단련은 10개항의 행동강령을 통해 <>노사협력 분위기조성 <>현지
사회와의 융화 <>투자기업간 협력강화를 다짐했다.

해외투자 기업이 현지인 근로자들과의 마찰 등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중 대부분은 매우 사소한 것들이 원인이었다.

작업중 잡담을 하는 근로자에게 고함을 지른 것이 원인이 된것도
있고,결근자에게 손을 들고 서있도록 벌을준 것이 발단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다.

언어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에서 오는
이해부족이 겹쳐 갈등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기업은 본질적으로 영속성을 생명으로 한다.

하루이틀만 장사를 하고말 존재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해외 투자기업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현지사회에 필요한 존재,현지사회를
이해하고 현지인들로부터 아낌을 받는 존재가돼야 한다.

글자그대로 현지화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산의 해외이전만 결과하지 않느냐,우리나라의 국가
이익에 배치되는것 아니냐고 의문을 갖는 것은 세계화에 걸맞지
않는 전시대적 사고다.

해외 현지법인이 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해외투자의
성공사례고,그렇게 돼야 국내 모기업도 더 큰 성과를 누릴 수 있다.

경단협이 행동강령을 통해 "투자대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기본 자세를 견지한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

107개국 5,069건 103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건수로
보면 3분의 2가 동남아다.

중국 투자만 1,985건으로 전체 해외투자의 40%에 달한다.

현지에서 물의를 빚는 해외투자기업의 대부분은 동남아 중남미(234건)중동및
아프리카(86건)진출 업체들이다.

후진국 진출 업체에서 주로 물의가 빚어지는 것은 투자규모가 작고
관리능력이 뒤떨어지는 중소규모 업체가 많은 데다 <>시장경제에
대한 현지인들의 이해부족 <>한국인 관리자의 불필요한 우월감과시
등도 원인이라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해외진출에 앞서 현지문화와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고,진출업체
간 정보교환등 협력체계가 이루어진다면 현지에서의 물의는 반감될
것이라는게 해외진출 업체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국내에 진출한 미-일 업체들이 경제단체를 구성,긴밀히 협조하는
것을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현지화와 진출업체간 협력이 성공적인 해외투자를 위해 긴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