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협의회는 23일 서울 호텔롯데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올바른
노사관계 확립 <>사업장 노사협력 분위기 조성 <>현지사회와의 융화 등을
내용으로 한 "해외투자 기업의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경제계가 해외진출업체를 위한 "행동강령"을 만든 것은 지난 80년대말 이후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급증하면서 잦은 노사마찰을 초래하고 있는데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또 진출국의 제도와 관행을 제대로 아는 "현지화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는
해외진출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도 보인다.

행동강령의 내용이 "현지사회와의 융화를 위해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 현지 주민과의 폭넓고 친밀한 교류를 촉진한다" "투자대상 국가의
국내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현지 노동법규및 노사관행을
준수한다"는 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건수(허가기준)는 1백7개국 5천69건.

투자금액은 1백2억8천4백20만7천달러나 된다.

그러나 이런 진출규모에 비해 해외에서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평가다.

특히 일부 개도국에서 한국기업은 폭행 구타 체벌 등을 일삼는 대표적인
"악덕기업"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인건비 따먹기"에 치중한 해외진출이 많았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노사분규
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는 BR(블루라운드)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씻겨지지 않은 "노동후진국"의 이미지가 해외진출기업 문제로 더욱 고착될
지경에 이르자 경제계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문민정부 들어 "세계화"가 국정지표가 되면서 이같은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제까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그쳤던 국내 기업들의 자세가 크게 바뀌어야할 시점이 된 셈이다.

경단협은 앞으로 경총을 중심으로 <>각국 노동법 및 관행 관련정보 제공
<>진출기업 인사노무관리자 워크숍 <>현지 인사노무관리 세미나개최 등을
실시해 진출기업의 현지화를 지원키로 했다.

이동찬경단협회장(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일부 해외진출 기업들이 현지
노동법규 및 관행과 문화 관습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사.노무관리에 많은
문제를 야기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행동강령 채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