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양국은 이날 EEZ선포방침을 밝히면서 독도문제 피해 나가기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일단 양국 모두 공격적인 표현을 삼갔다.

일본의 가지야마 세이로쿠 관방장관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일양국의
최대관심사인 2백해리기점설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일관된 것으로 일부 수역을 (경제수역설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독도기선입장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정부도 이같은 일본의 발언수위를 감안해 독도문제에 대한 맞대응
강도를 일단 낮춰 잡았다.

공노명외무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독도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EEZ의 외측한계는 대한민국
의 영해기선으로부터 2백해리까지"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국의 EEZ방침은 독도를 기점으로 삼을지, 아니면 독도
기점을 포기하는지를 명확히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이 협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간의 독도를 둘러싼 다툼은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측이 실제적인 지배문제와 분리해 EEZ경계를 획정하려 한다면
응할 뜻이 있다고 밝히고 있고 우리 정부도 해양법규칙에 의거해 EEZ
경계획정을 매듭짓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모두 독도기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이 모두 독도기선을 포기할 경우 EEZ중간선은 울릉도와 오키도로부터
각각 72.5해리지점에 그어진다.

이때 독도는 울릉도로부터 49해리 떨어진 곳에 있어 우리측 EEZ안에
들어온다.

반대로 일본은 오키도로부터 96해리나 떨어진 독도를 기점으로 EEZ를 선포
하지 않고서는 독도주변수역을 우리측에 내줄 수 밖에 없다.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영원히 포기할 수 없는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우리 EEZ안에 독도가 들어오고 해양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지속하면 일본의
독도영유권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할 수 밖에 없다는게 우리 정부의
전략이기도 하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