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강하게 일고 있는 동아시아의 성장 다이내미즘은
21세기 세계경제에 번영의 불을 지피는 활력이다.

동아시아 경제는 따라잡는 공업화로 출발해 수출과 고도성장으로 세계화된
기업들을 갖게 되었으며 왕성한 학습능력으로 선진기술을 개선했고 가족처럼
함께 노력하는 일터를 만들었다.

용처럼 강한 신흥공업국에 뒤이어 거대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는
동아시아의 성장세는 이제 유럽연합(EU)국가와의 연대에 의해 새로운 활력을
얻게될 전망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오는 3월1일부터 방콕에서 발족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ASEM)에 초청되어 참석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전환에 동참하는 세계화
정상외교로서 매우 중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함께 세계 경제질서는 특정 슈퍼 파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자간 협력체제의 협상과 공동노력에 의해 형성돼 가고있다.

여기에 그 핵심역할을 하는 EU는 95년 12월 "신대서양헌장 체제"를 출발
시켜 미국과 유럽을 연결시킨데 이어 이번에는 ASEM회의를 통해 아-태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보완하는 3대 경제권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과 북미 양 축을 잇는 정상외교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짜야 할 순간에 있다.

첫째 정상외교의 핵심은 경제외교다.

김대통령은 이미 우리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지구끝까지라도 쫓아가는
대통령 세일즈 외교를 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정상 외교를 이제는 세계 경제발전에 공헌하고 국제사회에 떳떳한
정치적 역할이 있는 경제외교로 승화시켜야 한다.

한국은 GDP 규모면에서 세계 11위, 교역규모면에서 12위에 올라 있으며
한국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동아시아 어느 신흥공업국보다
높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과 주위 열강의 정치적 파워 게임에서
국내정치가 왜곡되어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제는 우리도 경제규모에 맞게 국제사회의 경제규범과 질서가 예외없이
통용되는 열린 경제를 만들어야 하며 정상외교가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둘째 지정학적인 군사-정치 긴장을 공격적인 경제진출과 의욕적인 투자
확대로 승화시켜 성장과 번영을 추구해온 경험을 후발공업국과 체제전환국에
전수하여 세계경제의 성장 활력유지에 공헌해야 한다.

지난 94년 10월 싱가포르 이광요 전총리의 제의로 실현된 동남아국가연합
(ASEAN)과 유럽연합의 결합이 모태가 된 이 정상회담에 한국 일본 중국등
동북아 3국이 참여하게 된것은 유럽이 필요로 하는 동아시아의 성장
다이내미즘 때문이다.

성장하는 경제가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 위상을 높인 것이다.

셋째 지속적 성장과 세계화를 위해 한국은 동북아의 평화를 공고히 하는
안정체제 구축을 향해 유럽국가 정상들로부터 국제정치적 지원을 약속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