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 백락청)이 96년 봄호 (통권 91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굴욕적인 한일협정 반대운동이 거세던 66년 탄생 (130쪽, 70원)된지
만 30년이 된 것.

따라서 이번 봄호에는 질곡의 역사를 헤쳐온 창비 30년의 여정과
앞으로의 편집방향이 담겨 있다.

30주년 기념호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표지의 변화.고딕체 제호를
컴퓨터활자체로 바꾸고 영문제목을 병기했으며 디자인도 신세대
독자들의 구미에 맞도록 세련되게 바꿨다.

내용 또한 "30주년 기념 특대호"답게 창비 30년을 되돌아보는 특집
중심으로 꾸몄다.

백락청 편집인 (58.서울대 교수)이 권두언 "기념호를 내면서"를 통해
감회를 털어놓고 창비와 길을 함께 한 각계인사들이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백씨는 창간 30주년을 맞는 창비의 화두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되
날로 새로운 잡지, 나날이 새로워지되 한결같은 잡지"라며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창비의 유년시절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창간 당시부터
계간지 형태를 고집했었다"며 "재정적 문제를 고려하면서 기존 잡지들
보다 수준을 높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당시금액 9만원으로 어렵게 만든 창간호 2,000부가 거의 매진되고
6호부터 방영웅씨의 소설 "분례기"가 연재되면서 발행부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

창비는 이후 유신체제 아래서 탄압받기 시작해 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폐간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8년만에 복간됐다.

봄호에는 또 박형규 박완서 이호철 E 베이커 박석무 이해찬씨 등이
"창비와 나와 우리시대"를, 임홍배씨가 "창비 30년, 민족문학의 어제와
오늘", 김동춘씨가 "한국 사회과학과 창비 30년"을 각각 기고했다.

창비와 동갑내기인 권성일씨는 독자 209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바라본 창비"를 소개했다.

그런가하면 창비와 함께 성장한 시인 신경림 고은 민영 김용택 박노해
김기택씨 등 33인이 신작시를 내놓았다.

한편 창작과 비평사는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16인 신작 소설집
"작은 이야기, 큰 세상"을 발간,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30주년 자축연 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증정할 계획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송기숙 손춘익 김만옥 김향숙 김영현 김소진 배수아
박현씨 등의 작품이 실릴 예정.

오는 4월24~26일에는 서울대 문리관과 호암생활관에서 "지구시대의
오늘과 내일-세계.지역.민중"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