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도는 문학이나 음악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그림이나 조각등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 데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라 할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19세기 후반부터 1차대전 전까지의 서양현대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출간돼 미술 전공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영나 서울대교수(서양미술사.45)가 현대미술이 태동된 19세기후반부터
20세기 야수주의 입체주의를 거쳐 모더니즘에 이르는 서양현대미술사를 담은
"서양현대미술의 기원(1880~1914)"(시공사간)을 펴낸 것.

"공부할때 원서나 번역서를 참고해야 하는 학생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대학원 교재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의외로 일반의 호응이 커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미술사가 무엇이고 미술사 연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교수는 서론을 포함해 총5부로 구성된 이책을 통해 현대미술의 뿌리로서
쇠라와 세잔, 반 고흐와 고갱, 상징주의 미술 나비파등 19세기후반의 미술과
유럽사회를 살폈고 순수표현의 추구와 원시주의를 통해서는 20세기 초반의
미술과 당시 유럽의 시대상, 야수주의와 독일표현주의를 다뤘다.

또 피카소와 브라크로부터 시작된 입체주의의 전개와 영향, 이탈리아의
미래주의를 고찰하고 입체주의 이후의 모더니즘과 20세기 미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했다.

"미술사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가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반
입니다.

이후의 세계미술은 이때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에서 책의
내용도 이 시기에 맞췄습니다"

야수주의에서 입체주의로 가는 1900년초부터 10년동안의 변화를 브라크를
중심으로 고찰한 박사학위논문을 정리 보완하려다 20세기를 알려면 19세기를
먼저 알아야 할 것같아 19세기말부터 다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가능한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당시대의 문화, 사회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미술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에 주목했지요.

미술이 시대상황과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면 미술사 서술에서도 그부분이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평소생각을 담았습니다"

김교수는 미국 현대미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2년동안
한국현대미술사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김재원 국립중앙박물관 초대관장의 셋째딸로 73년 미펜실베이니아주
뮬렌버그대를 졸업하고 80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0년 귀국, 덕성여대교수로 있다 지난해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맏언니 김리나씨는 홍익대미대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