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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12일 문을 연다.

청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놓고 이처럼 관심이 뜨거운 적은 없었다.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경영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빈사상태에서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번
중기청개청에 거는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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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중소기업은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영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자금 인력 입지 사회간접자본등 여러가지가 복합돼있다.

중기청은 전반적인 경영여건개선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행정능력범위안에 있고 없고를 떠나 중소기업을 살릴수 있도록 각부처에
협조를 구하고 힘을 결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해야 할일은 첫째 자금공급확대와 금융비용부담경감이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으면서도 일본보다 3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은행문턱을 낮추면서 금리부담도 줄일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인력난완화이다.

외국인력도입에도 불구, 중소기업인력난은 갈수록 심화돼 20여만명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기능및 기술인력부족이 심각, 기술개발과 축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업계교육확대등으로 인력을 보충해줘야 한다.

셋째 공장용지 공급확대이다.

공단용지의 평당 분양가는 50만원에 달해 도저히 외국기업과 경쟁을 할수
없는 상태이다.

설비나 기술개발투자에 쏟아야 할 자금을 땅사고 공장건물짓는데 쓰게돼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다.

싼 공장용지를 대량으로 공급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진출지원이다.

국제화시대엔 해외투자나 수출확대등 글로벌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할수 있도록 자금 정보 홍보등 종합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이대길 디케이박스사장 (지함조합이사장)=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불합리한 어음제도이다.

요즘에 어음받고 발뻗고 자는 사장은 없다.

어음이 유가증권인지 휴지조각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이다.

너무도 많은 중소업체들이 판매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의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음부도는 한두개 업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연쇄도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어음발행에 금액제한이 없고 부도시 형사처벌도 없는등 제도자체가
엉망으로 운용되고 있어서이다.

기협중앙회 공제기금창구에 부도어음을 든채 대출을 받으려고 줄서있는
사람들을 보라.

상업어음제도를 대폭 개편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갈수록 어려워질것이다.

비록 혁명적 조치이긴 하지만 상업어음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거래관행을 현금결제로 바꿔야 연쇄부도를 막을수 있다.

중소기업청이 가장 먼저 할일은 부도의 연결고리를 끊는 일이고 방법은
상업어음제도 폐지밖에 없다.

중기청은 정부및 연구기관등 관련기관과 진지한 검토를 거쳐 어음제도의
대폭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

<> 이병서 한국특수화학사장 (페인트잉크조합이사장)=그동안 금융기관이나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확대 대출기간연장등 다양한 자금지원책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실효성있게 시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 은행창구에선 여전히 담보아니면 대출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힘들고
오히려 중소기업부도에 대비해 담보를 더 챙기고 있다.

금융은 중소기업문제의 핵이라고 할수 있다.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려면 기술력과 사업성 경영자자질
등을 종합 평가한 신용대출제도의 정착이 절실하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자금문제에 관한 새로운 대책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왕에 발표된 대출기간연장 지역신용보증조합설립
기술력을 토대로한 신용대출방안등 각종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 김영수 전자조합이사장 (한국전장회장)=중소기업청이 생긴 것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그간 정부규제가 상당히 많았는데 중소기업청의 신설로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긴 것 아니냐는 것이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얘기이다.

전자업계 최대의 애로는 원자재구득난이다.

원자재값이 워낙 오른데다 사기도 힘들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자생산품목이 거의 수출되기때문에 이익도 별로
나지않는 상황이다.

철판은 포철, 비철금속은 대기업에서 구입해야하는 등 우리산업구조가 거의
대기업위주로 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원자재를 보다 쉽게 구입해 생산을 원활하게 할수
있도록 중기청에서 대책을 세워주었으면 한다.

<> 임정환 명화금속사장 =중소기업은 요즘 "삼구"(사람 돈 원자재)가 가장
어렵다.

이중에서도 사람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고급인력은 남아돈다지만 생산현장의 인력은 정말 구하기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그나마 연월차다 추석이다 국경일이다해서 1년 3백65일중 1백30일정도는
쉬기때문에 회사꾸려나가기가 힘들다.

또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인건비가 자연히 올라가고 결국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외국인근로자의 수입을 좀더 확대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고있는 외국인근로자수로는 "코끼리에 비스켓
던져주는 꼴"이다.

<> 이용희 전기조합이사장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담보가 필요하다.

앞으로 기술이나 고품질제품등 무형적인 신용을 담보로 융자가 된다면
중소기업계는 경쟁적으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결국 이는 국제경쟁력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다.

전기조합의 단체수의계약에서도 역시 품질면에서 모든 여건을 갖춘 업체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많이 배정하고있어 조합원들도 품질제고에 주력하고있는
상황이다.

이에 힘입어 국제품질보증규격인 ISO9001,9002인증획득업체가 1백20여개에
달하고 단체표준품질인증획득업체도 40여업체에 이르게됐다.

자체경쟁을 통해 손색없는 제품을 중소기업이 만든다면 정부가 이를
평가해 단체수의계약품목을 유지 또는 확대,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것도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안정용 밴스포츠사장 ="정부에서 감기환자에 대해 약을 새로 바꿔준다
했다.

그래서 감기환자가 약을 타러갔더니 정부는 "언제 감기들었어"하며
감기약을 못주겠다고했다.

감기가 다시들었을때 오면 새로 약을 주겠다고 했다"

정부의 공장허가 사항이 바로 이런 식이다.

옛날보다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중소기업에는 현실성 없는 점들이
많다.

공장이 없던 땅에 신규로 허가를 내는것은 전보다 원활해졌지만 기존에
있던 공장을 증설하려고 허가를 신청하면 너무 어렵다.

예를 들어 공장건물 두동이 있는데 하나는 옛날원칙에의거해 지은 공장이고
하나는 무허가공장이다.

무허가공장을 제대로 현대식으로 잘 지으려고 신청하면 대답은 "공장을
완전 허물고 다시 지어라"이다.

그러면 가동되고있는 공장을 완전 중단해야하니 결국은 짓지말라는 얘기와
똑같은 것이다.

이러한 맹점이 하루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

< 신재섭.김락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