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고문에서 연초 아시아자동차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석
사장.

업계에선 자동차 비전문가가 자동차사장직에 오른 드문 케이스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교보사장등 15년동안 보험업계에만 줄곧 있어 ''보험전문가''로 통하는
김사장은 자신의 이같은 변신을 "보다 성숙된 전문경영인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사장직에 오르게 된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평소
김선홍회장과는 잘아는 사이였는지요.

<> 김사장 =일부에서는 제가 김회장과 인맥이나 학연이 있는 것처럼 오해
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경영인으로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인데 김회장께서 "와서 같이 일해
보자"고 제의를 하길래 흔쾌히 받아들인 것 뿐이죠.

-자동차는 처음 접하는 업종이라 생소해 더욱 바쁘실 텐데.

<> 김사장 =며칠전 광주공장방문으로 비행기를 탄 마일리지를 헤아려보니
한달동안 무려 1만마일을 쌓았더군요.

서울서 광주까지가 편도 5백마일이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광주를 열번
방문한 셈이죠.

게다가 여기저기 인사다니다보니 사무실에 앉아 있을 틈이 없을 정도
입니다.

-둘러보니 어떻습니까.

자동차업체와 보험업체간에 차이점이 많은것 같지 않습니까.

<> 김사장 =R&D센터라는게 뒤켠에서 연구만 하는 곳인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디다.

자동차를 만드는 출발점이더군요.

생산공장도 상상외로 복잡하고.

영업 인사 교육부문은 다소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업통"으로 알려져있는데 보험사 재직시 쌓아온 경험을 아시아자동차에
접목시킬 방안은 무엇인지요.

<> 김사장 =승용차와 상용차는 시장자체가 틀린데 그런 구분없이 영업을
해온것 같았습니다.

상용차부문에서도 버스와 트럭시장이 다르고.

그러니까 차종에 맞게 점포와 인력을 배치하고 광고전략도 차별화하는
고도의 "특화전략"을 구사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영업망 인력배치 교육부문에 "대수술"을 하겠다는 의미입니까.

<> 김사장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서 고칠건 고치겠다는 거죠.

중요한건 일할수 있는 기회를 모든 직원들에게 균등하게 부여하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직원들의 잠재능력을 키우는 게 인사관리의 초점이라고 볼수 있죠.

-취임사에서 "고객만족"을 강조하셨다던데.

<> 김사장 =그렇습니다.

아시아차를 보유하고있는 고객이 불편을 느끼고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해결해줘야 하는게 자동차업체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요즘 광주공장 근로자들이 "즉 실천운동"(차에 문제가 있으면 가동을 중단
하고 즉시 개선하는 것)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운동이 애프터서비스부문
에서도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오기전인 작년말 회사에서 "투 앤드 하프"(Two and Half)전략을 수립
해 놨더군요.

3년내에 생산성과 품질을 두배로 올리고 비용과 재고는 절반으로 줄이자는
건데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할 생각입니다.

-종업원들이 따라줘야 뭔가 결실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 김사장 =조선조학자 최한기 저서인 "인정문"에 "상위용지도"란 말이
있습니다.

서로 쓸모가 있는 길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윗 사람은 아랫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고 아랫 사람도 윗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여야 한다는 거죠.

제가 취임사에서 "자동차업종처럼 복잡한 조직에서는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오픈 마인드"로 들으면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잔소리"로 들릴수 있습니다.

-아시아가 내년에 RV(레저용 차량)를 선보이기 위해 프랑스 푸조사로부터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사장 =푸조에서 도입한 "806"(미니밴)을 대상으로 "클리닉"(소비자들
로부터 품질등의 반응을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RV차종을 미니밴으로 할지 여부는 솔직히 말해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차종으로 시작해야 하느냐가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더군요.

-작년 하반기부터 아시아의 주력시장인 브라질 수출이 막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 김사장 =브라질 정부가 유예기간도 없이 쿼터를 적용하다가 갑자기
수입관세를 올려 버렸는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때문에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빠른 시일내에 결정을 내릴 작정입니다.

< 대담=이성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