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에 나서는 여야 각 후보자의 선거전략이 천차만별이다.

PC통신을 이용해 유권자와의 접촉을 시도하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한 홍보도
등장, 과거와 다른 양샹을 보이고 있다.

또 출퇴근길에 승용차함께타기운동에 동참, 자신의 승용차에 지역주민을
동승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율방범대원으로 참여, 밤을 잊은
표밭갈이를 하는 후보도 있다.

심지어 유권자들에게 쉽게 잊지 못할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뻐꾸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후보도 등장했다.

"금배지"사냥에 나서는 각 후보들이 저마다 독특한 선거운동 기법으로
유권자의 소중한 "한표"를 쫓아 각 지역구마다 선거운동의 "신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PC통신이나 인터넷등을 이용, 유권자들과 전자접촉을 하는 "첨단
통신파"가 눈에 띈다.

지역구를 처음맡은 신한국당 이재명의원(경기부평을)은 PC통신에 "이재명
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도 개설, 유권자와 만나고 있다.

이의원은 지구당개편대회에 앞서 강화도 마니산에서 단군성신에게 제를
올려 지역구에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한동의원도 천리안과 하이텔 두곳에 방을 열고 유권자의 소리 청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회의 정대철부총재는 "정대철 사랑모임"을, 민주당 이철총무는 "이철과
함께"라는 방을 각각 열었고 무소속 홍사덕의원("홍사덕 홈페이지")도
인터넷에 일찌감치 방을 개설했다.

그런가 하면 유권자를 만나는 일이라면 "사서 고생도 마다 않는다"는
"몸으로 때우기파"도 있다.

국민회의 김희완위원장(서울 송파갑)은 매일 아침 7시부터 교통이 불편한
풍납동과 잠실본동등에서 인근 전철역까지 유권자들을 실어 모신다.

김위원장은 또 잠실에 있는 지구당사무실을 젊은층의 취향에 맞는 카페식
으로 꾸며 은은한 음악을 방송, 찾아오는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자민련의 장일위원장(도봉을)도 지역구가 교통이 불편한 점을 감안, "카풀
(승요차 함께타기"운동을 통해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신한국당 김영춘위원장(서울 광진을)은 1주일에 한번식 자율방범대원으로
참여, 젊은이들과 야간방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야출신의 국민회의 김희선위원장(서울 동대문갑)은 좀더 특이한 케이스.

경쟁자인 신한국당 노승우의원에 비해 지명도가 낮고 선거운동 노하우가
부족한 점을 감안, 노의원이 참석하는 행사를 빠짐없이 쫓아다니는
"찰거머리"전법을 쓰고 있다.

김위원장은 "유권자들이 후보를 현장에서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노의원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있으며 앞으로 빠지지 않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위반을 우려, 가족이나 당원들을 상대로 철저한 교육을 시키는
"집안단속파"도 있다.

서울 용산에서 출마할 민주당 강창성의원은 최근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선거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자칫 잘못하면 선거법위반의 올가미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65세인 강의원의 부인과 대학교수인 장남, 세딸과 사위등 전가족이
참석, 꼬박 한시간동안 당의 선거전문가로부터 "과외"를 받았다.

신한국당의 박주천의원(서울 마포을)도 선거법저촉가능성이 있는 사례들을
그때 그때 유인물로 만들어 당원들에게 팩시밀리로 보낸다.

이밖에 신한국당의 이덕화씨(경기 광명갑)와 국민회의 정한용씨(서울
구로갑)도 사소한 일에도 일일이 선관위에 적법여부를 문의하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는" 신중파파다.

"자원봉사자 활용파"도 부쩍 늘었다.

민주당 노회찬위원장(강서을)의 경우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알게된
택시기사들을 이른바 "희망의 정치메신저"로 임명, 승객에게 자신의 경력과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점을 은연중 고지시키고 있다.

노씨는 또 매일밤 12시 이후 포장마차에 들러 손님들과 접촉하고 새벽에는
환경미화원들과 만나는 등 "올빼미작전"도 전개하고 있다.

국민회의 김상현의원과 맞붙을 신한국당 이성헌위원장(서울 서대문갑)은
자신을 지지하는 음대재학생 15명으로 중창단을 구성, 불우이웃돕기 자선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표앞에서는 체면을 접고 들어가는 "장기자랑파"도 있다.

거창한 유세보다는 유권자들에게 특기를 보여주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김덕규의원(서울 중랑을)은 지역구에서 "뻐꾸기 국회의원"으로
통한다.

두 손과 입으로 내는 김의원의 흉내가 실제 뻐꾸기 울음소리와 너무 흡사
하기 때문이다.

김의원은 매일 아침 인근 봉화산 약수터에 올라가 뻐꾸기 소리를 낸다.

서울 광진을에서 출마할 민주당 박석무의원은 보학에 일가견이 있다.

박의원은 사람을 만나면 성과 본관을 물은 뒤 그 집안의 내력과 훌륭한
선조들의 이름을 줄줄이 설명해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