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킨토시신화의 주인공 애플에이어 한때 미국내 최대PC제조업체로 부상했던
패커드 벨(PB)이 새로운 주인을 맞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패커드 벨은 주요주주인 일NEC와 프랑스 불사로부터 6억5천7백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NEC의 경우 2억8천3백만달러규모의 현금을 출자하고, 불은 자사소유의
미제니스데이타시스템(ZDS)을 패커드 벨에 흡수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지원
한다.
NEC와 불은 이에대한 대가로 이달말에 출자금액만큼 패커드 벨의 주식과
전환사채(CB)를 넘겨받게 된다.
NEC는 이미 지난해 8월에 패커드 벨에 1억7천만달러를 출자해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현금지원을 합하면 총출자금액이 4억5천3백만
달러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영권이 없는 우선주로 넘겨받기 때문에 당장에 패커드
벨의 지분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패커드 벨은 NEC의 현금추가출자와 불의 현물출자로 연간 7백50만대규모의
세계최대 PC생산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또 NEC와의 협력강화로 생산과 부품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한 공동판매망형성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패커드 벨이 발표한 내용만으로 본다면 이 회사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건 이면에 담겨 있다.
신규출자계약을 맺으면서 패커드 벨은 일정기간이 지난후에 보통주식으로
바꿔 주는 조건의 우선주를 NEC와 불에 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패커드 벨의 베니 알라겜회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보통주 전환가능시기와
전환물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두 주주회사가 지분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또 현재 7석인 이사자리를 9석으로 널려 두 회사가 각 2석씩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영권을 일부를 넘겨주겠다는 얘기다.
만약 출자금액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 준다면 패커드 벨은 완전히 주인이
바뀐다.
현재 알라겜회장을 비롯한 1대주주의 지분율이 40% 남짓인데 비해 NEC와
불의 지분은 50%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의 경우 신규자금출혈 없이 현물출자방식으로 펙커드 벨에
투자한 것으로 봐서 경영권확보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인은 NEC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팩커드 벨은 전세게적인 PC가격인하경쟁에다 수요예측 잘못으로 최근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모리칩 공급업체인 인텔에만 4억7천만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실정
이다.
그래서 올초부터 줄곧 NEC에 긴급수혈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NEC가 이 요청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들어줄 까닭이 없다.
머지않아 밝혀질 그 반대급부가 어떤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관련해 NEC의 가네코 하사시(금자상지)사장은 "패커드 벨의 모험정신
이 손상되길 바라지 않는다"라고만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