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8일 내놓은 임금인상안은 올 임금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
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경총안 4.7%는 9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개별사업장에서 준거로
사용할 임금가이드라인이 무려 4개나 되기 때문이다.

경총안은 개별사업장 임협에서 사용자들이 먼저 제시하게 되는 인상안이다.

그런 만큼 노동계의 안과 큰 차이가 나면 날수록 임협은 어렵게 돼있다.

경총안은 노총안과는 7.5%포인트, 민노총안과는 무려 10.1%포인트 차이가
난다.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제시된 공익임금연구회의 안 보다도 1.9%나 적어
격차가 만만치 않다.

사용자측이 이같이 낮은 인상안을 내놓게 된 것은 이제 국내 임금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올해 경기하강이 예상돼 기업이 방어적인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임금코스트 상승율이 지난 86-89년의
경우 7%를 기록해 대만(4%) 홍콩(1%) 싱가포르(1%) 일본(-3%) 중국(-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고 설명한다.

90-94년에도 4%로 나타나 주요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이 그동안 생산성을 상회하는 고율임금인상으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만큼 이제는 임협과정에서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선뜻 양보하지 않겠다는 사용자측의 의지가 배있는 것이
이번 경총의 인상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용자들의 입장이 근로자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민노총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데다 전직대통령 부정축재
사건의 영향으로 임단협 과정에서 노동계의 경영공개요구와 임금인상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임협이 민노총의 첫 "데뷔무대"라는 점에서 불안요인은 더욱 가중
되고 있다.

총선도 변수다.

선거철에는 노조측의 요구가 폭발하게 마련이고 당국도 노사간 분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경총이 이날 임금인상안 발표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의
실천과제"를 채택한 것은 이같은 근로자들의 요구를 사전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경총은 이날 실천과제로 <>하청단가의 현실화 <>대금결제방식 개선
<>중기인력 스카웃자제등을 정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모범을 보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총은 이날 사용자측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은 동시에 노총에 또한번 국민
경제차원를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에서의 중앙단위임금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그 성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민노총과 선명성경쟁을 벌이는 노총이 선뜻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오는 22일께 임금연구회의 임금인상안을 공식적인 임금지도지침
으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그것이 개별사업장의 노사협상에 얼마나
먹혀들런지는 미지수다.

어쨋든 개별사업장은 올 임협에서 네가지 임금안을 갖고 노사가 씨름을
벌이게 됐다.

임협전선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