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어패럴의 마르틴시트봉사 인수는 라이선스, 다시말해서 해외유명
브랜드의 상표이용권을 도입한게 아니라 라이선스의 판권 그 자체를
사들인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세계적 브랜드의 "주인"이 됨으로써 라이선스의 도입자에서 공여자의
자리로 올라서고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자기상표 수출도 크게 늘릴
수있게 된 것.

마르틴시트봉사 인수는 그런 점에서 의류업계 세계화전략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국내 의류업계는 그동안 고유상표 개발만을 브랜드 도입과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수출에서 벗어날 수있는 유일한 길로 인식해왔다.

자체브랜드를 개발해 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만이 브랜드
도입에 따른 로열티를 줄이고 수출단가를 높힐 수있는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유브랜드 개발전략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의류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고유브랜드의 비중은 16%정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3백60억원의 "조그만" 전문업체가 세계에 라이선스를
송출하는 공여자가 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도 평가받을 만 하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이제까지 마르틴시트봉사와 접촉한 국내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급숙녀의류와 향수의 한국내 독점라이선스확보나 직수입만을
추진했을 뿐 "회사 인수"를 생각한 회사는 없었다.

업계에서 이번 케이스를 "컬럼부스의 달걀"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식의 전환이 가져온 "쾌거"라는 평가다.

동양의 사례는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전략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상업화가 덜된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사기위해 국내 의류대기업들이
파리와 로마로 몰려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득환섬산련부회장은 이와관련, "국내 의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장의 해외이전과 함께 해외유명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며 "동양어패럴의 사례는 의류업계 세계화전략의 일대
전환점으로 볼 수있다"고 말했다.

동양어패럴의 4년간 투자규모는 최대 3천만프랑으로 우리 돈으로
45억원에 불과하다.

일부 대형 의류메이커의 한달 TV광고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동양은 이 "적은" 돈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산 셈이다.

박사장은 "로열티를 바치는 라이선스 도입업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유명회사를 사는 방법을 택했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동양은 지난 35년간 "니나리치" "기라로슈" 등 프랑스유명브랜드를
라이선스 도입해 생산해온 업체.

매년 매출의 5~10%는 로열티로 "바쳐"왔다.

박사장이 라이선스 공여자라는 자격에 메달린 이유도 이것이었다.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쌓아온 수출과 내수시장에서 쌓아온 자본과
경영노하우면 "마르틴느시트봉"을 "샤넬"이나 "조지오 아르마니"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있다"고 밝혔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눈을 밖으로 돌리면 세계시장은 무한히
열려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