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심상민 < 산업1부 기자 > ]]]

"한국 해운산업"호의 새 선장이 탄생했다.

박재익 한국선주협회 신임회장(조양상선사장.51)이 그 주인공.

그는 지난달 30일 국내 32개 외항선사들의 권익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제19대 회장직을 맡았다.

박회장의 취임 일성은 "해운업계 언로의 중계자가 되겠다"는 것.

국가기간산업이면서도 정책적인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업계내부의 지나친 경쟁을 적절히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해운업계는 지금 강력한 베테랑 선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외항선 총 선복량 1천만GT(총t)를 돌파하고 사상 최고의 해상운임
수입을 올리는등 호황을 누렸으나 올해부터는 경기하락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해운시장개방압력도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해 컨테이너 해상물류에 혁신을
가져온 장본인이 박회장이니만큼 그에게 거는 업계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런 부담들을 싣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박회장을 만나봤다.

-해운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할 때 신임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 박회장 =우선 <>해운금융.세제 개선 <>외국인 선원 혼승확대 <>해사
행정일원화 <>바다의 날 제정 <>선박확보 자유화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
입니다.

지금 우리 해운업계의 당면과제들을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겠다는
얘깁니다.

해운금융의 경우 국내 금융기관을 통한 선박금융을 제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외항선사들이 선박발주에 따른 과도한 자본비용 부담과 높은 선원
인건비등으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또 국내에서 건조하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에 대해서는 영세율을
적용해야 합니다.

인력난해소를 위해 현재 척당 5~6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선원수를
좀 더 늘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선사들이 선박을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해운회사들이 수송업무외에 선박매매를 통해서도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거든요.

-오는 7월부터 외항해운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신규진입이
자율화됩니다.

기존 업계의 등록기준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 박회장 =기본적으로 적정한 자격을 갖춘다면 신규 진입을 찬성합니다.

그러나 기존업계의 의견이 최대한 존중돼야 할 줄 압니다.

앞으로 공청회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봐야겠지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수송사업을 위해 해운업에
진출하려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체수요를 위해서 해운업을 하려한다면
그것은 순수한 해운업진출이 아닙니다.

-선주협회 회원사간에는 순이익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대형선사들이
있는가 하면 적자에 허덕이는 "한계 선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업계내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텐데요.

<> 박회장 =두가지 원칙에 충실한다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사의 소리를 정부등에 잘 전달하는 것이 첫째고 정부와 관계기관등
업계밖의 뜻을 안으로 잘 연결시키는 것이 둘째겠지요.

-"해운의 날"과 별개로 "바다의 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박회장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바다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바다위의 뱃길은 산업의 동맥으로서 한 나라 경제의 생명선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 줬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또 해운업이 정말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것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해운업에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해운업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박회장 =세계화를 앞장 서서 실현한다는 점이 단연 첫째지요.

해운회사는 내수에 기반을 두는 제조업체와는 달리 애초에 국제경쟁을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이 시작되는 "외수"산업입니다.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국제경제의 흐름을 타고 발전하는 아주 역동적인
분위기가 특징이지요.

예컨대 대서양항로와 같은 3국간 무역항로 영업은 한국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업입니다.

해운업의 경쟁은 그야말로 국경이라는 개념없는 망망대해에서 벌어진다는게
매력이죠.그만큼 스케일이 큰 사업입니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