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날씬한 남성복.

올봄 남성정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전에 없이 색상이 밝고 화사해진 데다가
날씬한 실루엣에 초점을 맞춘 점.

캐주얼에서는 이미 남녀 구분이 없다고 할만큼 밝고 실루엣도 부
드러워졌지만 정장에서는 색상과 형태등에 일정한 "틀"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과감히 깨뜨리고 있는 것.

시중에 등장한 96년 봄여름 신제품을 보면 고급브랜드를 중심으로 우선
색상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감색 검정색 회색이 주류를 이루던 종래 남성정장과 달리 베이지색
연녹색 연한하늘색에서 심지어 연자주색까지 나와 있다.

연한색이 줄수 있는 가벼운 느낌을 피하기 위해 여러색을 섞은 것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연노랑과 청회색을 섞은 연녹색, 흰색점이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연자주색,
검정색의 미세한 점이 규칙적으로 찍힌 베이지색등 한 소재에 최소한
3가지이상의 색을 사용해 깊이를 더했다.

소재 또한 모직일색에서 탈피, 모직과 실크, 모직과 마직, 마직과
비스코스 등 차고 따스한 느낌의 소재를 섞어 독특한 질감이 나도록
하고 있다.

날씬한 실루엣은 세단추 네단추 재킷의 유행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

제일모직 웅가로 디자이너 이세리씨는 "요즘에는 단추가 세개이상인
정장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여밈부분 길이는 자연히 늘어나고 바지 또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1자형이 됐다"고 설명한다.

<<< 잘 입으려면 >>>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남성복에서도 정장의 경우 고급맞춤복풍이
강세를 보인다.

어깨패드가 얇아지거나 아예 없어지고 칼라를 딱딱하게 고정시키던
접착심지도 점차 없어지는 추세.

이에 따라 올봄 남성복은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우아하며 날씬한 실루엣이
주류를 이룬다.

날씬한 실루엣은 넥타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작고 좁아진 V존과 조끼의 유행때문에 넥타이는 당분간
폭이 좁고 무늬도 잔잔한 것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고 진단한다.

세단추는 보통이고 네단추 심지어 다섯단추 재킷까지 등장함으로써
좁아진 V존에 큰무늬 넥타이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것.

따라서 잔잔한 꽃무늬, 규칙적인 줄무늬에 작은 기하학적 무늬나 문장을
결합한 좁은 넥타이가 유행하리라는 분석이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