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중유제공문제 등 대북정책을
우리측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양국간 공조체제에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미국은 안소니 레이크미백악관안보보좌관의
방한을 발표한 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2백만달러규모의 대북식량
지원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당국자는 "레이크보좌관 방한직전에 지원을
결정한 것은 이에 대한 한국측의 이의제기 기회를 사전에 막자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또 "국제기구를 통한 소규모 대북지원은 양해한다는
입장이나 한.미.일고위정책협의회가 끝난지 겨우 9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지원을 단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리스트국가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대북정책에
일대 변화를 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88년1월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로 규정한 이래 북한이 이를 해제하기 위한 선행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단에서 제외될 수 없다"며 미측의 일방적인
대북정책변경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정부는 오는 4월 클린턴대통령이 일본 및
러시아 방문을 전후해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을
대통령선거일정 등을 들어 거절,한미간 불협화음이 증폭되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유제공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당국자는 "미국이 제네바 핵합의
의무사항인 중유제공을 당초 자국의 일임하에 처리키로 했던 약속과는
달리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부담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