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책사업 관련 정책결정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오는 4.11총선 뒤로
미뤄지면서 업계의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등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민감사안"이나 <>원전부지 <>핵폐기물 처분장 선정등
"님비(NIMBY)사항"등은 무조건 총선이후로 넘겨지고 있어 관련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1일 통상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당초 작년 하반기에서 올초로 연기했던
LNG 5~9호선의 입찰을 다시 5월이후로 늦추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선 발주방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일단 총선이후로
입찰시기를 미루기로 통산부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통산부와 가스공사는 이에따라 오는 98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인
인도네시아산 LNG 1백만t을 싣어오기 위해 1년간 외국의 중고선박을 빌려
쓰는 고육책을 강구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 발주가 계속 미뤄져 납기를 촉박하게 맞출 경우
부실 건조 가능성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기업민영화 정책도 총선등 정치스케줄과 맞물리면서 일정이
연기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한국중공업과 가스공사등 인수여부에 따라 재계의 판도가 뒤바뀔만한
대형공기업들은 당초 정부가 작년말께 민영화방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특별한 설명없이 방침결정을 않고 있다.

또 특별경영진단 대상인 포항제철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
보고서가 완성됐음에도 통산부가 제출연기를 종용했었다.

정보통신부가 작년말까지로 예정했던 PCS(개인휴대통신)등 7개 통신분야의
신규사업자 선정을 오는 6월중으로 늦춘 것이나 재정경제원이 주가지수선물
시장의 개장을 오는 5월로 잡은 것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제계에선 이와관련 "정부가 선거철에 업계논란이나 특혜시비의 여지가
있는 사안은 들고 나오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원전부지선정등 국책사업들도
마찬가지다.

핵폐기장의 경우 정부는 작년말 굴업도를 예정부지에서 취소하면서 금년
2월중 새로운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갑자기 핵폐기물 주무부처를
과학기술처에서 통산부로 바꿔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통산부는 또 원전예정부지로 지정돼 있는 전남 여천,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전국 9곳의 지역주민들이 취소요구를 하자 지난달 재검토 방침을 결정
했다.

통산부관계자는 "현재의 예정부지에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무마를 위해 다시 검토해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민감한 국책사업들의 정책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 체계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총선등 정치일정
때문에 이래저래 멍드는건 기업들"이라고 푸념했다.

< 차병석.심상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