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음악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하던
북미와 유럽시장의 점유율을 잠식해 가고 있다.

아시아중에서도 광대한 불법복제품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성장속도는
가히 독보적이다.

뮤직 비즈니스 인터내셔널지가 발행하는 MBI월드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음악시장은 지난 94년의 2억4천1백만달러에서 오는 2001년에는 무려
아홉배인 21억6천만달러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등 아시아의 인구대국들도 그 성장잠재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북미나 유럽의 음악시장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지난 85년 44억달러이던 음악시장이 10여년이 지난
94년에는 3배인 1백21억달러로 규모가 커졌다.

올들어서도 이같은 성장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음악시장의 성장속도는 결코 느린편이 아니다.

지난 94년 3백60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약 4백10억달러로 14%의 성장률을
보인 세계 음악시장은 오는 2001년에는 6백10억달러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음악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로 잘알려진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지난 1월상순 뉴욕
시내에서 주주총회를 가진 자리에서 가수 자넷 잭슨과의 계약교섭추진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음악사업에 진출할 예정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10여일이 채안돼 대형 음악업체인 손 EMI계열 버진
레코드가 한발 앞서 자넷 잭슨과 계약을 갱신했다고 발표해 버렸다.

계약은 자넷 잭슨이 8천만달러를 받고 앨범 5장을 내는 조건이었다.

계약액으로는 사상최고였다.

스카웃경쟁으로 가수의 몸값이 껑충 오른 것이다.

자넷 잭슨의 예는 성장과 경쟁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음악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처럼 확대일로를 걷는 음악시장의 성장중심지가 앞으로 아시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다분히 음악취향의 변화 때문이다.

서양음악을 맹목적으로 즐기던 이 지역 음악시장의 소비자들사이에 9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다른 나라것이 아닌 자기만의 고유음악 선호조류는 배외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같은 추세의 영향으로 MBI는 레코드의 경우 아시아시장이 94년의
20억달러에서 오는 2001년엔 70억9천만달러로 성장하면서 이 지역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5%에서 12%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의 레코드매출액은 1백18억달러에서 1백84억달러로
증가하리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아시아시장의 확대로 세계 음악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폴리그램, 소니, BMG, 워너, EMI, MCA등 세계 6대 음반업체들도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일본기업인 소니를 제외한 5사 모두 유럽이나 북미기업들로
오래도록 북미출신의 대중음악스타들로부터 상당한 재미를 봐왔기 때문이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