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 한마리가 / 가슴속에서 살아 / 오늘은 /
무슨 새가 소리도 없는가 / 잊혀진 것만큼이나 /
가슴 아리던 시절에 / 그처럼 울던 새는 / 어디로 갔는가" ("새")

이종웅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사무총장(52)이 시집 "산다는 것은 결국 빈손
흔드는 일이구나"(시와시학사간)를 출간,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시집에는 "고향을 떠난 뒤로 한번도 잊은 적 없는 옛집"과 대나무숲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햇살 따사로운 봄뜨락의 기억 등이 담겨있다.

"앞뒤 돌아볼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세월이었죠.

나이 50이 되자 지나온 길이 달라보였어요.

삶의 의미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두해 전,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 "두고온 것들"과의 만남을 시작한 그는
앉은 자리에서 4편의 시를 "건졌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수많은 별과 꽃이 원고지 위로 내려앉았고 이때부터
그는 문학의 향기에 젖어들었다.

화두는 구원의 문학.

"구원에 이르는 길은 곧 고향으로의 회귀죠.

어머니의 땅, 상처받은 영혼이 돌아가 쉴 수 있는 그곳이야말로 사랑과
아름다움의 모태지요"

그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가다 틈틈이 메모해둔 작품이
벌써 100여편에 이르렀다며 10월께 두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이한기 총리의 장남인 그는 어릴 때부터 부친이 김광균 서정주씨 등과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의 시편 "새야 날아라 / . / 아버님 무덤가에 쉬어 가거라"는 부친의
유작시 "얼마나 많은 산과 강을 넘고 건너야 / 쓸쓸함이 다한 곳에 닿을수
있을까"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그는 또 94년 시집을 낸 동생 이종걸씨(한국외대교수.경제학)와 형제시인
으로 선대의 시업을 잇고 있다.

현재 해외어학원 벌리츠코리아와 비즈니스네트워크 대표, 부산세계무역센터
사무총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