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대북 식량 지원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견해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식량지원을 위한 전제로서 남북대화재개와 제공된 식량의
군량미 전용 방지등과 같은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선을 앞둔 미국은 대북 지원방침을 이미 정해 놓고, 시기와
방식등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주 하와이에서 한.미.일 고위
정책협의회가 있었다.

그러나 세 나라는 대북 식량 지원문제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이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에 대한 공동의 해법모색을 4월이후로 미루어 놓았다.

때문에 한미간의 갈등은 4월이후 재연될게 분명하다.

이때 미국은 보다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중국의 대북 식량 무상지원방침은 미국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번에 한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하여 시기상의 문제에서 한발 양보한
것으로 보고, 다음에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서 한발 양보가 있기를 요구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흥정은 북한의 한국 배제전략을 더욱 조장하여 한반도의
불안정을 오히려 증폭시킬수 있기 때문에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일본은 "대남 적대, 대미 유화"라는 북한의 이중성에 유념하여
우리 정부의 입장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이후까지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국내정치나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원칙이 쉽게 흔들릴 경우, 그것은 북한의
통미 봉남정책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저해할
수도 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의한 클린턴의 방한이 대북지원에 대한 미국
입장의 수용과 교환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입장이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전달될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 일의 협조를 유도할수 있는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아울러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의 독자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남북한 체육회담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것은 상호부담도 줄이고 체면도 살릴수 있는 방법이다.

4월총선이후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에 의해 남북관계 개선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