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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무역장벽이 제거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그러나 이는 한낱 ''필요조건''에 불과하며 자유무역제한조치 제거외에
공정한 국제경쟁기준이나 경쟁정책이 범세계적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야 자유무역주의의 필요충분조건이 모두 갖추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R 로렌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석좌교수.

그는 경쟁라운드를 주창하는 학자들중 하나다.

로렌스교수는 특히 기존의 반덤핑규제와 같은 경쟁제한 조치들은
논리적으로 완전하지 못할뿐 아니라 ''보다 많은 것''을 추구하는
인류공동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로렌스교수는 특히 경쟁라운드가 성고을 거두기 위해 합병 및
공급업자와 유통업자들간의 관계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경쟁연구원의 초청으로 최근 내한, 노동시장과 자유무역간의
상관관계와 경쟁라운드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한 로렌스교수와
한국경제신문 양봉진 국제부장과의 대담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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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가의 싼 임금때문에 선진국 노동시장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호주의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자유무역주의자인 귀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 로렌스 교수 =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특히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중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미대통령선거에 나선 패트 뷰캐넌등 일부 정치인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에 따라 멕시코의 저렴한 임금때문에
노동시장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NAFTA를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단순한 노동에 대한 대가, 즉 임금( wage )은 생산의 극히 제한적인
요소의 일부일 뿐인 점에 비추어 그런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단순한 노동임금이 생산요소의 극히 일부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타 생산요소도 국경을 넘어 쉽게 이전시킬( mobile )수 있다고
주장하며 NAFTA의 발효로 미국의 산업공동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로렌스 교수 = 그런 주장은 언뜻 듣기에 설득력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단순노동 이외의 생산요소들이 일거에 국경을 넘어 움직여
갈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친 속단입니다.

사람은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기술이나 경험, 노하우, 관습,
사회조직 등이 쉽게 이전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일 뿐입니다.

더욱이 통신시설, 도로를 비롯한 교통망등 어느 한 나라에 형성돼 있는
인프라의 월경이전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순노동의 대가로 지불하는 임금이 싸다고 이를 좇아 여타
모든 생산요소가 하루아침에 국경을 넘어 빠져 나가리라는 주장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입니다.

-선진시장이 저개발국의 저임금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없는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로 미국의 대외 교역규모가 전체
국민총생산에서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찾고 있는데.

<> 로렌스 교수 = 사실 미국은 개도국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사이 그 규모는 두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 교역규모는 90년 현재 국민총생산의 2.1%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15~20%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때
그리 큰 규모가 아닙니다.

따라서 개도국의 싼 임금이 미국시장에 피해를 준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단순노동자들이 영향을 받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숫자는 전체 근로자의 2~3%에 불과합니다.

미국이 정상적인 생산성을 유지한다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자체의 기술환경변화에 따라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노동시장을 살펴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18%밖에
안되지만 서비스분야엔 80%이상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점을 염두해 두면 단순노동시장에서의 생산성둔화는 중요한 문제로
남습니다.

-최근 강연에서 귀하는 무역장벽제거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정한 경쟁룰이 부가돼야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 로렌스 교수 = 관세벽이 없더라도 시장내 기업들끼리 시장을 분할,
불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자사제품을 유통시장에 내놓고 유통업자를
협박해 외국기업들의 제품까지 팔지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경쟁환경은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정부의 규제벽-관세벽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공정한 경쟁룰을 만들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현존하는 경쟁룰 또는 경쟁체제는 결점투성이입니다.

반덤핑 룰이라는게 있지만 실효성이 적고 기본논리가 약합니다.

이 룰은 독점가격을 방지하고 외국기업이 들어와 국내기업이나 산업을
해치고 몰아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독점가격이나 독점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국내 기업보다 값싸게 파는 기업들만 조사하는 일이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면.

<> 로렌스 교수 = 반덤핑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철강산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만약 철강생산 기업들이 공장문을 닫는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철강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니까요.

이는 반덤핑 룰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덤핑이라는 것은 외국기업들을 괴롭히기 위해 적용될 뿐입니다.

더욱 부당한 것은 국내기업엔 다른 룰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국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와 같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에도
덤핑혐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출하는 기업은 억울하다고 생각을 할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반덤핑 룰은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안을 찾는다면.

<> 로렌스 교수 = 더욱 강력하고 효력있는 국제경쟁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각자 다른 환경과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일한 경쟁 룰을 갖추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경쟁기준은 정할수
있다고 봅니다.

"상호 감독-감시기구"를 생각해 볼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감시기구에 호소하면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기준대로 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이 WTO회의 등에서 조만간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대단한 진전이죠. 한국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정한 국제경쟁 룰을 마련키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란.

<> 로렌스 교수 = 독점, 가격조정, 기업매수합병 등과 공급자와
유통업자들과의 관계 등에 관한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경쟁적인 시장이 되려면 최종생산물시장이 공정한 경쟁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몇몇 기업들끼리 공급자 또는 유통업자로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선
안됩니다.

최종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비효율성은 사라집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독점, 카르텔에 대한 국제적인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해외기업들의 투자자유화와 국내 기업과의 동일한 대우 등도
경쟁라운드의 성공적 정착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공정한 경쟁터를 강조하시면서 각국은 서로 다른 차별적인 경제환경과
관행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호 이율배반적이기도 하지만 상호간의 공정합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됐건 한국은 한국대로 고유의 입장을 지닐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있었던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협상에서 한국이 고급차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데 미국이 이를 시정토록 강요한 것은 우리 입장을
무시한 것이 아닐까요.

<> 로렌스 교수 = 그렇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 차종에 따라 세금을 다르게 부과하는지 이해할수 없습니다.

휘발유에 세금을 부과해 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일본도 몇년 전까지 엔진크기에 따라 세금을 매겼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분명 보호무역적인 처사입니다.

연료를 절약하고 싶으면 연료값을 비싸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비차별적인 방법으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해야지 단순히 대형차에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것은 차별적입니다.

-대형차는 공간을 더 차지한다든지, 도로에 더 손상을 준다든지, 공해를
더유발한다는등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 로렌스 교수 = 미국에선 큰 트럭의 차축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자 생산업자들이 차축수를 줄이기에 급급했습니다.

차축수가 줄어들면 차의 균형이 깨져 도로에 더 손상을 주고 그 결과
나라는 큰 부담을 지게됩니다.

잘못된 세금구조의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또 영국에선 창문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창문수를 줄이느라고 창문을 모두 크게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모두들 개집에 사는 것같다는 얘기를 하게된 적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인위적인 정부의 조절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때가
많습니다.

-지난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달러강세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조작의 피해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로렌스 교수 = 좋은 지적입니다.

물론 환율은 시장에서 조정돼야 합니다.

가국의 통화정책도 이에 따라 펴야 하고요.

-유럽연합의 단일통화에 대한 전망과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 로렌스 교수 = 통화단일화는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몇몇 국가들에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프랑스의 입장이 관건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단일통화를 지지하고 있으나 내심으로도 같은 입장인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단일통화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는 실업률도 높습니다.

단일통화권에서 탈퇴한 영국의 경우를 봅시다.

탈퇴한후 물가도 낮아지고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였습니다.

스웨덴 스페인 등이 계속 단일통화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이들은 단일통화를 취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APEC에 대해 일본은 초기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끌여들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오사카 회의때 클린턴 대통령이 국내 문제로 불참하자
일본인들은 외교관례상 부당한 처사라고 내심 불쾌해 했습니다.

그 이후에 클린턴이 해묵은 의제인 북아일랜드 문제해결을 위해서
서둘러 아일랜드를 방문했습니다.

이런 미국을 보며 아시아인들은 미국이 정말 APEC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시하고 있습니다.

<> 로렌스 교수 = 사실 소수만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미국정부가 무역협상에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대표를 파견할때만 관심을 가집니다.

제가 APEC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많은 아시아 가맹국들이 느슨한
합의체제이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이런 태도는 미국식 무역협상태도에 맞지 않습니다.

국민을 업은 미의회는 구체적인 결과를 원합니다.

사안이 애매할때 의회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게 되는 거죠.

따라서 미국이 큰 제안을 하거나 할땐 가입국들간에 갈등이 조장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협력체안에서도 미국이 할일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차피 아시아시장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이 많을테니까요.

-미국은 북한 이라크 리비아등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해 왔습니다.

자유무역주의자로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로렌스 교수 = 상황에 따라서는 무역등 경제제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전세계가 함께 제재했듯이 말입니다.

부작용도 발생할 수있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죠.또 국제사회의 공동합의
하에 말입니다.

쿠바에 대해 미국이 경제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교역을 하는 실정입니다.

국제노동기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단순노동시장이 저개발국의 싼 임금 때문에 피해를
보고있는 것이 아니라 자체내의 생산성저하 때문이라고 주장하셨는데.


<> 로렌스 교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시장중 외부의 싼 임금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부문은
고도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아니라 단순 서비스업
등에 국한되고 있습니다.

단순노동시장 부문은 그 특성상 큰 생산성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부문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정리=김홍열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