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세율을 매긴다는
"단일세율( flat tax )"로 미국이 떠들썩하다.

저축을 늘리고 경제를 살릴수 있는 꿈의 세제라는 찬양과 빈부격차만
늘리고 국가경제를 망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비난으로 여론은
양분돼있다.

단일세율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측은 단일세율이 좋은 것이라면 왜 이를
실시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느냐고 반문한다.

지지론자들은 단일세율의 장점이 많기때문에 도입해야 한다고 응수한다.

워싱턴정가와 학자들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단일세율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이달 중순.

공화당진영에서 가장 늦게 올 11월 대통령선거의 후보로 나선 맬컴
포브스는 지난 17일 선거공약으로 단일세율안을 제시했다.

올 선거전에서 이렇다할 쟁점이 없던 차에 터져나온 단일세율안은
미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영전문잡지 포브스지의 소유주인 그는 단일세율안 하나로
공화당진영에서 봅 돌상원의원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단일세율안은 단일이라는 말만큼이나 간단명료하다.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소득에 대해 똑같이 17%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연간 3만6,000달러의 소득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그이상의 소득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17%의 세금을 부과하면
경제성장을 가속화시킬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행 미소득세법은 최저 15%에서 최고 40%까지 5단계로 세율이 나눠져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누진세이다.

포브스의 단일세율안에 대해 저명한 경제칼럼니스트인 마이클 프라우스
같은 이는 단일세율이 시행되면 저축이 늘어남으로 인해 투자재원이
확보돼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성장이 빨라지면 자연히 신규고용도 많아져 경제가 잘 돌아갈수
있다면서 단일세율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금의 누진세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봐야 세금만 더 내고 남좋은
일만 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일세에서는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기때문에
근로의욕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세금징수비용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고 세율이 하나뿐이니 세무관리들이
세율적용을 놓고 술수를 부릴수 없게 돼 탈세방지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일세율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훨씬 강하다.

학계와 언론계 모두 단일세율정책이 한꺼번에 세마리토끼를 잡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조지 워싱턴대의 칼 그린조세법교수는 조세의 3개 모순을 <>세수증대
<>경제사회활동촉진 <>공정성확보로 열거하면서 단일세율론은 이 모순들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무모한 시도라고 꼬집는다.

뉴욕타임스지도 단일세율안을 허점투성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이 세율은 이상론에 바탕을 두고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판자들은 우선 단일세율로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덜낸다해도 덜내는
만큼을 저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부자로부터 돈을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현행 누진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사라지는 것도 단일세율이 안고 있는 커다란 단점이라는
것이다.

단일세율에서는 고소득층만 이익을 보고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은
불이익을 보게된다는 비판도 곁들인다.

이러한 단일세율안이 나오자 그 실현성 여부를 떠나 포브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고 있다.

그러자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인 필 그램상원의원은 한술 더 떠
16%의 단일세율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봅 돌의원은 단일세율이 금방 깨질 환상이라고 무시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단일세율안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자 현행 세제를
2~3단계로 줄이고 세율폭도 17~20%로 축소하는 개혁안을 검토중이다.

재선을 노리는 클린턴대통령도 세율구조를 단순화하는 쪽으로 세제개혁을
고려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단일세율은 실현성없는 일과성 선거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무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세금감면조항들이 소위 힘있고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일반인들의 피해의식 등으로
단일세율은 미대선의 가장 뜨거운 쟁점중 하나로 등장해 있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