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경제학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발전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1인당국민소득을 잣대로 삼는다.

특히 개인소득 1만달러 달성을 탈개도국의 가능성 지표로 보고 새로운
경제적 의의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것은 물량 성장의 의미를 넘어 질적 발전의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물자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정책의 선결과제였으나
이제는 인간다운 생활에 보다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새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삶의 질 향상을 국정지표로 선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책전환의 역사성을 갖는다.

그러나 삶의 질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지 그 개념 정립과
추구하느 정책 이념이 분명하지가 않다.

잘못하면 구체적인 정책은 없고 선언적.정치적 의미로 끝나 버리기 쉽다.

삶의 질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보면 생활의 풍요와 편리함을 반영하는
경제생활의 안락성을 뜻한다.

경제의 물량 성장이 하드웨어적 개념이라면 삶의 질은 소프트웨어적
개념이다.

그러나 삶의 질은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다운 생활이요, 다시말하면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존개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적 풍요뿐만 아니라 주권재민의 정치적 자율권과 사회 범죄나
자연파괴로부터의 생활보호, 그리고 인간가치와 창조성이 존중되는 문화
생활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개성및 다양성과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사회복지가 발달되어 있는 스칸디나비아 제국에서
노인의 자살률이 오히려 높다는 사실은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가치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과 신뢰를 통해 자신의 존개가치를 더욱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 때문에 우리의 가족제도가 더 좋은 사회복지제도일수 있다.

생활의 풍요와 과학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지적 오만이 인간 자신을 파멸
시킬수 있다는 가능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인본주의가 존중될때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음을
정책당국자는 유의해야 한다.

결국 인본주의를 이념적 바탕으로 인간의 참다운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철학적 의미''의 삶의 질이 풍요로운 생활이라는 ''경제적 의미''의 한계를
넘어설때 진정 우리의 삶은 질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느 것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