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한 해만해도 26만6,0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만여명이
사망하고 35만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더우기 보험료 산정의 주된 원가인 임금과 물가는 매년 상승했습에도
보험료인상은 물가 당국에 의해 억제돼왔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지난90년 이래 5년간 2조1,0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손해보험업게는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700만을 넘어섰고 나아가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들
저마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피해보상과 관련한 분재의 발생 빈도가
적중하고 있는 것도 누적적자의 주된 요인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보험회사와 합의에 의한 피해보상 해결방식이 아닌 법원을
통한 소송제기는 93년에 7,239건, 94년에 7,645건으로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로 "자동차 보험의 경영 정상화"와 "피해자에 대한 적정 보상"이라는
양자간의 조화로운 운영책 모색이 얼마다 시급한 것인가를 곧바로 대변해
주고도 남는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회사로부터 받게되는 위자료와
장례비.상실수익액.휴업손해, 후유장해비등 제보상금은 건당 평균2,000만원
을 밑도는 반면 소송에 의한 법원의 판결금액은 평균 5,000만원을 상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액수도 매년 늘어가는 추세에 있음이 곧 오른 우리
현실인 것이다.
자동차보험 보상기준의 현실화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의 보험회사 자동차 피해 보상기준은 지난 89연도 소득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부터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
장해보상에 있어서도 단리계산의 라이프니쯔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반해 법원에서는 복리계산의 호프만 방식으로 판결할 뿐만 아니라 위자료
부문에서도 그 수혜자의 폭을 피해 당사자의 가족 일원에까지 확대적용하는
경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물가정책 내지는 정치적 고려에 입각하여 보험료율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당국과 소비자 지향적 사고에 입각한 사법 당국과의 입장차이에
그 실체적 원인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당국간의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사안이 정리될
만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운영으로 2조여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으면서도 소송결과에서 비롯되는 국민적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계약자는 해마다 보험료 인상요인이 늘어 보험료 부담이 과중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들로서도 보험회사의 보상기준에 반발, 다반사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수개월에 걸친 판결까지의 시간적 낭비는 차치하고라도
법원 판결액의 20~40%에 상당하는 소송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보험회사로부터의 당초 보상제시액에도 못미치는 금액을 수령하게 되는
사태까지도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회사의 보상기준과 법원의 판결금액이 큰 차이를 보일수도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법률사무소 사무장을 빙자해 각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소송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서울지역에만도 35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의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현실이 그 얼마나 무대책적인가를
여실히 입증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런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분쟁조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기
보다는 별도로 독립기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분쟁중재원은 광역시 단위이상 도시에 설치함이 좋을 것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단심제(단심제)의 형태로 운영하고,중재비용을 법정
손해사정인 수임료의 하한선이하로 책정 시행함이 타당할것 같다.
이제까지의 교통사고 관련 소송이 보험사고 인정여부 내지는 사고내용에
대한 당사자간의 견해 다툼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보험사의 보상기준을
훨씬 웃도는 법원의 판결 경향에 부응해 보다 많은 보상액을 받고자함에
그 주된 동인이 있다고 봐야한다.
새 제도가 시행되게 되면 사법부로서도 교통사고 관련 소송의 심리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타 소송건의 심리에 많은 여유가 생길 것이며, 교통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소송제기에 따른 심적 부담내지는 갖가지 소송절차상의
폐단을 해소하여 보다 합리적인 보상금을 수령할수 있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얻을수 있어 나아가서는 사고 유형별 피해정도별 중재안의 모델이 정형화됨
으로써 보상기준 현실화를 앞당길수 있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