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전혀 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난 6개 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경영책임을 따지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본지와의 회견에서 "부실대출이
많거나 배당을 하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경영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혀 올 주총에서는 임기와 관계없이 상당수 임원들이 사퇴하는
등 인사태풍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3일 은행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25개 시중.지방은행중 제일 서울 동화
동남 평화 충북등 6개 은행이 전혀 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것으로 확정됐다.

이처럼 6개 은행이 무더기로 무배당을 기록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주총에선 대동은행만 배당을 하지 못했으며 지난94년엔 상업 서울
대동 평화등 4개은행이 무배당을 기록했었다.

올 주총에서 배당을 하지 못하는 6개 은행중 동화 평화 충북은행은
당기순손실을 기록, 배당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제일 서울 동남은행은
소폭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내부유보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이들 은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과 종업원들은 벌써부터
은행경영진들이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주주들이 내걸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도 명백히 주식회사인 이상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게 마땅한데 배당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수 없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특히 은행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달라진게
없다며 주식투자실패로 인한 책임을 주주들에게 떠안기는 무배당결정은
수용할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식을 13년째 보유하고 있다는 윤모씨(47)는 "그동안
정기예금금리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배당을 받으면서도 은행이 다른 기업
보다 안정적이어서 주식을 보유해 왔다"며 "무배당결정은 이런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동화은행노동조합이 "경영진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비롯, 해당 은행
직원들도 경영진이 경영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감원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경영진이 무배당에 대한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지는게 자율경영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무배당사태가 <>단순히 현재 경영진의 책임이 아닌 누적된
결과이며 <>내적 요인에 따른 경영실패라기 보다는 주식시장침체 따른 외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데다 <>대주주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 경영진
문책은 있을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나부총리의 회견에서 나타났듯이 책임경영에 대한 정부와
감독당국의 의지가 강한만큼 경영진퇴진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올 주총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위한 다각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6개 무배당은행의 은행장중 올해 임기를 맞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