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그의 대표작 "프롼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유명하지만 말년엔 직접 정치에 참여했었다.

그는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독일 민주당에 들어가 계몽활동을
펴는 한편 뮌헨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다 갑자기 사망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에서 참다운 정치인이 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하고 "책임"질줄 알아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이같은 시각에서 런던대학의 명예교수 모리시마는 일본 정치인을 "무신념
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인이 큰 죄를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리시마는 일본의 정치인은 공부를 하지 않아 국회는 "무학의 전당"이
되고 말았고 일본서 정치란 "이권의 쟁탈"을 의미하게 됐다고 극언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인은 "신념"과 "책임"을 고루 갖추고 있을까.

작년말 가톨릭의 김수환추기경은 관훈클럽초청강연회에서 어느 중견정치인
으로부터 "우리나라 정치는 돈잔치"라는 말을 들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두 전직대통령은 재임기간중 "통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1조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거둬들였다.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는 "무책임"이란 차원을 넘어 그들의 금전 감각이나
윤리관이 얼마나 마비돼 있는 가를 말해 준다.

또 우리 정치인의 "신념"은 어떠한가.

4월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공천후보를 내정했거나 영입하는 과정을 보면
"원칙도, 기준도 없는 마구잡이 공천"으로 국회의원 당선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당의 정강 정책이 비슷하므로 "철새 정치인"만 나무랄수 없는 일이지만
신념있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겐 두가지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길과 정치에 의해 사는 길등 두가지 길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위해 산다면 그 사람은 "신념"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정치에 의해 산다면 그 사람은 정치를 생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므로 정치꾼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중에 어느 길을 걷는 정치인이 더 많을까.

이번 총선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정치를 위해 사는 정치인이 당선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정치가 타락하지 않고 발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각당은 공천후보를 결정하는데 있어 현실적 여건을 무시할수 없겠지만
정치발전을 위한 심사숙고가 필요하지 않을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