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공항에 내리면 줄지어 늘어선 에스페로 택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치노(중국인)? 핫뽀네(일본인)?"

하면서 국적을 묻는 택시운전사에게 "꼬레아노"라고 답하자 그는 핸들을
탕탕 치면서 "데이우"를 연발한다.

이 차가 한국의 대우에서 만든 차라는 뜻이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러시아의 "라다"택시가 싼 맛에 잘 나간 적도 있지만 이제는 대우차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에스페로는 택시용으로만이 아니고 고급승용차로서 산티아고 시내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지난 92년 칠레의 동광개발회사인 시그도코퍼사와 30대 70
으로 합작, 대우모터칠레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대우자동차는 이 지역에서 대우차의 셰어를 한껏 높여 승용차
시장에서 약 20%를 점하고 있다.

대우모터칠레의 알바르 라라인 하르세스사장은 "대우차는 이미 도입단계가
지났다.

이제는 가격을 논하지 않는다"며 기염을 토한다.

닛산이 지난해 수입차 1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당 가격을 5% 내렸지만
대우는 오히려 값을 올렸다면서 이제는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품질을
높여 소비자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칠레에서 잘 팔리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칠레의 기간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을 꼽자면
삼성전자를 들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4년말 1억달러를 투자, 통신분야에서 칠레 최대기업인
엔텔의 지분 15.1%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됐다.

엔텔은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시장의 4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칠레의 투자위험이 작고 통신분야 하드웨어 등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 칠레 기간산업의 하나인 엔텔에 투자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산티아고사무소 진영주과장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3사는 칠레시장에서 40%정도를 점유하면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품목따라 다르지만 삼성이 20%안팎, LG 대우가 25~27%정도를
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엘지는 칠레의 대표광물인 동광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