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이 습인의 웃옷 단추 두어 개를 끌러줄 때까지는 습인이 누워 자는
척하며 가만히 있었다.

보옥은 습인의 단추를 끌러주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습인의 젖가슴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숨이 가빠졌다.

단추가 끌러져 느슨해진 웃옷 틈새로 슬며시 손을 집어넣어 부드러운
속옷 천 너머로 젖무덤을 쓰다듬어보고 젖꼭지를 만져보고 하였다.

그렇게 보옥이 지분거리는 것을 보고 습인은 보옥의 마음이 이제는
풀어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습인 자신은 좀 더 버티어볼 작정이었다.

보옥이 습인의 젖가슴을 만지던 손을 꺼내어 다시 단추를 끄르려고
하자 습인이 여전히 눈을 감은채 보옥의 손을 슬쩍 밀치고는 풀어진
단추까지 도로 채워버렸다.

그제서야 습인이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보옥이 습인의 손을
잡으며 비씩 웃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 앞에서 투정을 부리는 거야, 뭐야?"

습인은 보옥이 언성을 높이든 말든 누워 자는 척하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다가 보옥이 몇번 습인의 몸을 흔들어대자 겨우 눈을 떴다.

"내가 뭘 어쨌는데요? 일어나셨으면 저 쪽으로 가서 머리를 빗겨달라고
그러세요.

세숫물도 그 쪽에 있을 테니까"

"저 쪽이라니? 내가 어디로 가서 머리를 빗겨달라고 하며 세숫물을
떠달라고 한단 말이야?"

보옥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상운 아가씨가 계신 방 말이에요.

어제 아침에도 상운 아가씨가 도련님의 머리를 빗겨주었다면서요.

세숫물도 상운 아가씨가 세수한 물을 그대로 사용했다면서요"

어디서 들었는지 습인이 보옥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어떻게 변명할 말도 없고 해서 답답해진 보옥이 베갯머리에서 옥비녀를
집어들더니 두 손에 힘을 주어 우지끈 두 동강으로 부러뜨려 버렸다.

"습인이 너, 계속 이러면 이 옥비녀처럼 너를 부러뜨려버릴 거야"

씩씩거리는 보옥을 보자 습인은 그만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후후후, 저를 부러뜨리면 어떻게 되는데요? 허리가 부러져서 이렇게
되나요? 다리가 부러져서 이렇게 되나요?"

습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두 동강 난 옥비녀를 집으면서 허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진 시늉을 해 보였다.

그 동작이 우스꽝스러워 보옥도 웃음을 삼키느라 입을 씰룩거렸다.

"이렇게 된다, 이렇게"

보옥이 와락 달려들어 습인의 허리를 뒤로 젖혀 꺾다시피 힘주어
껴안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