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자마자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06엔이 넘었으며 도쿄 환시에서도
달러당 105엔 이상을 기록했다.

많은 외환 관계자들이 올 상반기의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00~105엔으로
전망한데 비하면 너무 올랐다.

이에따라 원-달러 환율도 지난 4일 787.10원을 기록해 이틀만에 12.40원
이나 올랐다.

이같은 환율동향은 국내기업과 정책당국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서
원인분석과 앞으로의 상황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먼저 달러강세의 원인을 보면 미국 경제의 경기호조 및 물가안정의 지속,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주식 채권 등 미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해외자본
의 유입 등이 꼽힌다.

이에 비해 일본경제는 경기회복의 지지부진, 사상최저의 금리수준, 무역
수지 흑자감소, 정국불안의 지속 등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인분석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만큼 최근의 달러가치
급등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미-일 양국간의 금리격차지속, 무역불균형 축소 등이 환율추세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이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올해 세계의 정치-경제가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수요를 증대시킬 가능성이다.

미국과 러시아 두 초강대국의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중국은 등소평
사망이후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한편 사우디 국왕의 건강악화로 국정이양이 이뤄져 국제 원유값이 들먹이고
있으며 멕시코등 개도국의 경제불안도 잠재해 있다.

정치-경제적인 변화가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냉전체제 붕괴이후
세계의 정치-경제가 과도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기에는 환율의 변동폭이 커질 뿐만 아니라 변화방향도 자주
변하기 쉽다.

따라서 우리기업과 정부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

지금은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올해 내내 계속
되리라는 법은 없다.

사상 최고수준인 미국의 주가가 어떤 형태로든 조정국면에 들어서면 유입된
해외자본이 빠져나가 달러가치도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또한 달러가치가 지나치게 오르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멕시코의 경제
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외환시세의 변동폭이 국제시장보다 훨씬 제한돼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 등이 국제시세와 괴리될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기업과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이 약화되고 보유 외화의 환차손이 발생할수 있다.

특히 정책당국은 외국인 주식투자의 한도확대로 해외자본이 유입돼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은 물론 예상밖으로 달러강세가 지속
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데다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므로
모든 경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