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한햇동안 융단폭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그렇게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쏟아냈지만 달라진건 별로 없이 새해 벽두부터 중소기업문제가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5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의 공업진흥청을
개편해 중소기업청을 신설토록 지시했다.
이는 대통령 자신이 인정했듯이 최근의 경기양극화 문제가 경제차원을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소지가 큼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물론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발상에서 비롯
됐다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단 중소기업 회생에 대한 정부
의 강력한 의지를 읽게 해주는 시의적절한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중소기업청 신설은 그동안 여러 관련부처로 나눠져 있던 중소기업정책을
한 부처가 총괄적으로 체계있게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육성발전
에 새로운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해서는 범정부차원의 포괄적 정책지원이 필요한
데 중기청에 과연 그런 권한이 주어질지가 문제이다.
또 지금까지 전담 조직이 없어 중소기업이 이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중기청신설을 계기로 국민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회생하여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수 있게 되길 기대하면서 중소기업 정책담당자들에게
몇가지의 당부를 곁들이고자 한다.
첫째 정책은 간결하고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실없는 대책의 홍수"는 오히려 사태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중소기업특별법까지 제정하는등 "획기적"정책들이
한달이 멀다하고 쏟아져 나왔지만 1만4,000여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로
쓰러졌다.
이 역설적 상황은 중소기업의 병세가 백약무효일만큼 절망적이거나 아니면
처방 자체가 효력이 없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둘째 모든 기구나 조직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운영
의 효율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유념해 달라는 부탁이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불과 며칠안에 그럴듯하게 포장된 방대한 정책이 만들어
지지만 평소엔 부처간 마찰, 심지어 부처내 실-국간 힘겨루기로 정책협조가
제대로 안되는 관료풍토에서의 기구신설은 자칫 옥상옥으로 끝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의 상황은 매우 급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다 해도 응급 수혈만을 계속한다면 연명은 될지 모르나
근원치료는 될수 없다.
크고 작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인의 자살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내놓는 선심성 정책에서 실효를 기대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중소기업 지원에는 뚜렷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 원칙이 중소기업의 자생력 기반확충에 두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