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는 어디에 와있을까.

정점을 지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정점을 향한 상승국면에 있을까.

민간연구소들은 대체로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정부는 아직 하강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경기는 지난 72년이후 다섯번의 순환기를 거쳐 93년1월을
저점으로 한 여섯번째의 순환기에 있다.

정점을 지났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 언저리에 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수치만 보면 일단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볼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93년 5.8%에서 94년에 8.4%에 이어 작년엔
9.3%(전망치)수준으로 높아졌다.

올해는 7%초반대를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의 성장률은 분기별로 보면 사이클은 보다 분명해 진다.

1.4분기에 9.9%,2.4분기 9.6%, 3.4분기 9.9%로 절정에 이르더니
4.4분기에는 7.7%(전망치)로 떨어졌다.

4.4분기 첫달인 10월에 산업생산과 출하 소비 투자증가율등 대부분의
산업활동지표가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감소로 돌아섰다.

"성장멈춤"의 뚜렷한 징후다.

다시말해 3.4분기가 경기정점이었고 10월부터는 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계청은 이같은 판단이 다소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장률과 산업활동지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플러스행진을 지속하고있기 때문에 좀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상태로 보면 아직 꺾어진 것 같지는 않고, 또 정점부근이더라도
정점에서 곧바로 떨어지기 보다는 정점이 장시간 계속되는 고원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금년경기에 대해선 "하강"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정점의 시기와 정점이후의 양상을 정부와 민간이 달리보고
있다는데 있다.

경기의 상태를 보는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다를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인식대로라면 경기는 연착륙이 가능하고 경기대책도 당장은
필요하지않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민간 쪽에선 상태를 어둡게 보기 때문에 "확장책"을 요구하게
된다.

현재의 증상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