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협력센터 소장>

96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구소련을 비롯한
시장경제 전환국가들이 지난 수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95년보다 다소 높은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교역량 증가는 95년보다 약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개도국의
경우는 오히려 소폭 높아져 우리의 수출여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저금리에 따라 엔화가 현재의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경기순환의 측면에서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2년간 보여준 설비투자 "붐"이 지속되기 힘들고 엔화 약세로
수출증가도 둔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활황기에도 물가불안등 과열징후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의 거시경제운용에 어느 정도의 운신의 폭이 있는 편이어서
경기 연착륙의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하겠다.

최근의 비자금 정국이 단기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
이지만 어차피 설비투자 붐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또한 투자위축은 대부분
집행연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96년의 거시정책 여건은 어떨 것인가.

진행중인 금융개혁 및 자율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을 감안할때
통화증가율 목표를 경직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적 신축적인 통화정책기조하에서 시장금리는 완만한 하락 추이를
지속해 10%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총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경기의 양극화가 성장둔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난 완화책이 다각도로 강구될 것이다.

재정의 경우는 확정된 예산과 현실적 세입전망에 비추어 볼때 대체로
경기 중립적인 운용이 예상된다.

자본자유화의 지속적 확대로 상당 규모의 외자가 순유입되는 가운데
원화는 다소간의 절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노사관계는 민노총의 출범, 총선, 비자금 정국 등으로 인하여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고 하겠다.

이들 여건을 종합해 볼때 96년 우리경제 성장은 작년 9%를 다소 넘는
수준에서 7~7.5%로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약 45%나 증대된 설비투자로 인해 제조업 가동률이 작년초
이래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전자 등 투자확대가 지속되는 부문도 있으나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9%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도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활발할 것이나 미분양 아파트의 적체,
설비투자 부진을 반영하여 7~8%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의 증가세도 부동산 및 증시의 침체, 정국불안, 경기 양극화
등으로 인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경기의 양극화는 빠른 임금상승, 시장개방과 자율화 과정에서의
경쟁심화, 소득증대에 따른 소비의 고급화 등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수출 (물량)은 엔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12% 내외 신장할 것으로 보이나 그 증가율은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증가가 수출증가에 다소 못미치고 교역조건도 소폭 향상됨에
따라서 96년의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약 30억달러 개선된 55억달러 수준에
그칠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물가는 성장둔화에 따른 수요압력의 약화, 원유를 포함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 유통부문의 가격파괴 확산 등에 힘입어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의 경우 작년보다 다소 낮은 4% 내외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