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새출발 경영 새바람] (토론회) 주제발표 : 김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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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서울대 교수>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근대
역사의 한 비극적인 사건임이 분명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무엇이 부족하여 그토록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생각해보면 분노에 앞서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상당수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경악하게 된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통령에게 성금이라는 이름으로 갖다 바친 것이다.
정치부패와 기업부패는 동전의 앞 뒷면 같은 것이고 쇠사슬처럼 얽혀
있다는 얘기인가.
이점에 대해서 재계는 나름대로의 일관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즉 비자금은 정치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에서 관행화된
정치자금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힘때문에 마지못해 돈을 줬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기업인들도 피해자라는 얘기다.
이러한 견해에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하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업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수도 있고,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돈을 갖다주는데
자기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기업하는 사람치고 아무런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 정치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기업인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학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성장사를 정경유착의 역사라고까지
한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전근대적 투기행위나 정부의 특혜를 이용하고 생산적
투자와 비생산적 투자를 교묘히 연결하여 축재하여 왔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대통령에게 어쩔수 없이 돈을 갖다 바쳤다고는 하나 그 돈의
몇 배에 이르는 이윤을 얻을 기회를 얻었거나, 적어도 그것을 기대하며
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보면 정경유착의 피해자는 대기업들이 아니고 국민전체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수 있을 것인가.
우선 정경유착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있음을 명심하고
정치인들의 자성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초기"앞으로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선언이고 대통령이 솔선수범한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는 일단 끊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과 관료들이 깨끗한 정치, 투명한 행정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모든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이 집중되어있고 이것이
우리사회를 권력지향적으로 만든 한 원인이었다.
따라서 권력을 적절히 분산시키면서 정부의 정책결정도 공개되어질수
있도록 관계법령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도 그동안 다소 갈팡질팡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정경유착과 재벌의 방만한 경영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고서 "경제를 위축시켜서는 안되며 국가경쟁력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당초의 의지를 과감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대기업을 무조건 매도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우리경제가 이만큼 성장한데는 이들 기업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인들의 투자마인드가 위축됨이 없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추진할수 있도록 각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때문에 기업인들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장기적 시각에서
옳지 않다.
문제는 법을 어겼느냐의 여부이고, 법을 어겼으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각종 정부규제 제도를 검토하여 기업인들이 떳떳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기업인들도 현실적 관행에만 집착할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조성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기업구조를 혁신해야 하며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전문성있는 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기업경영 감독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수 있는 국민기업
으로 변신하여야 할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정경유착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을수 있다.
현재와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건 분리되지
않았건 정경유착의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는 현실론이 강하게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채택되어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작업은 시장경제질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렇게 하는것이 정경유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비자금파문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고 기업인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근로자들도 박탈감을 느끼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 이번 사건이 올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연착륙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준법정신을 새롭게 다짐할수 있다면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우리나라가 더욱 도약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근대
역사의 한 비극적인 사건임이 분명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무엇이 부족하여 그토록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생각해보면 분노에 앞서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상당수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경악하게 된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통령에게 성금이라는 이름으로 갖다 바친 것이다.
정치부패와 기업부패는 동전의 앞 뒷면 같은 것이고 쇠사슬처럼 얽혀
있다는 얘기인가.
이점에 대해서 재계는 나름대로의 일관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즉 비자금은 정치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에서 관행화된
정치자금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힘때문에 마지못해 돈을 줬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기업인들도 피해자라는 얘기다.
이러한 견해에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하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업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수도 있고,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돈을 갖다주는데
자기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기업하는 사람치고 아무런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 정치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기업인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학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성장사를 정경유착의 역사라고까지
한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전근대적 투기행위나 정부의 특혜를 이용하고 생산적
투자와 비생산적 투자를 교묘히 연결하여 축재하여 왔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대통령에게 어쩔수 없이 돈을 갖다 바쳤다고는 하나 그 돈의
몇 배에 이르는 이윤을 얻을 기회를 얻었거나, 적어도 그것을 기대하며
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보면 정경유착의 피해자는 대기업들이 아니고 국민전체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수 있을 것인가.
우선 정경유착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있음을 명심하고
정치인들의 자성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초기"앞으로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선언이고 대통령이 솔선수범한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는 일단 끊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과 관료들이 깨끗한 정치, 투명한 행정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모든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이 집중되어있고 이것이
우리사회를 권력지향적으로 만든 한 원인이었다.
따라서 권력을 적절히 분산시키면서 정부의 정책결정도 공개되어질수
있도록 관계법령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도 그동안 다소 갈팡질팡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정경유착과 재벌의 방만한 경영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고서 "경제를 위축시켜서는 안되며 국가경쟁력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당초의 의지를 과감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대기업을 무조건 매도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우리경제가 이만큼 성장한데는 이들 기업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인들의 투자마인드가 위축됨이 없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추진할수 있도록 각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때문에 기업인들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장기적 시각에서
옳지 않다.
문제는 법을 어겼느냐의 여부이고, 법을 어겼으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각종 정부규제 제도를 검토하여 기업인들이 떳떳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기업인들도 현실적 관행에만 집착할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조성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기업구조를 혁신해야 하며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전문성있는 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기업경영 감독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수 있는 국민기업
으로 변신하여야 할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정경유착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을수 있다.
현재와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건 분리되지
않았건 정경유착의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는 현실론이 강하게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채택되어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작업은 시장경제질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렇게 하는것이 정경유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비자금파문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고 기업인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근로자들도 박탈감을 느끼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 이번 사건이 올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연착륙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준법정신을 새롭게 다짐할수 있다면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우리나라가 더욱 도약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