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양주시장을 놓고 두산씨그램
(구 OB씨그램) 진로 하이스코트(조선맥주 계열사) 보해양조 등의 셰어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원액을 보틀링하는 두산씨그램과 진로는 지난 11월말까지
총 411만상자(700 6병들이)의 위스키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16.9%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두산씨그램의 "시바스리갈", 하이스코트의 "딤플", 보해양조의
"앰배서더" 등과 최근 폭증하고 있는 중소오퍼상들의 수입물량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30%이상 늘었다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세계적 주류전문지인 임팩트인터내셔널 최근호도 국내 양주시장이 93년
세계 13위에서 지난해 6위로 올라섰으며 성장률도 매년 20%이상 웃돌아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세계6위로 성장 올해 양주시장의 최대 이슈는 단연 원액을 12년 이상
숙성시킨 프리미엄위스키의 돌풍이었다.

작년 5월 진로가 "임페리얼"을,두산씨그램이 "퀸앤"을 선보이며 형성된
프리미엄위스키시장은 불과 1년반만에 전체 양주시장의 40%까지 육박하는
기세를 올렸다.

"패스포트" "썸싱스페셜"로 대표되는 스탠더드(원액숙성 6~7년)시장의
성장률이 1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양주시장의 고성장은 전적으로
프리미엄위스키의 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임페리얼"의 선전은 단연 돋보인다.

"판매할 물량이 부족하므로 진로직원은 임페리얼을 마시지 말자"는
자신감을 보일 정도로 임페리얼의 돌풍은 거셌다.

임페리얼의 현판매량은 월간 10만상자 수준.

단일품목만으로도 전체 양주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진로의 황시봉 마케팅담당이사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진로의 내년
시장점유율은 판매량기준 45%, 매출액기준으로는 50%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페리얼은 국내 양주시장의 경쟁양상도 뒤바꿔놓았다.

프리미엄급에서 믿을만한 대표주자를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가 싸움의
관건이 된 것이다.

"퀸앤"에서 재미를 못본 두산씨그램은 "시바스리갈"을 전면으로
내세웠으며 올해초 양주시장에 신규진출한 하이스코트는 아예 숙성연수를
한단계 높인 "딤플", 15년산을 대표주자로 내놓았다.

가격인하 등 판촉치열 양주업체들이 지난 여름 경쟁적으로 위스키의
가격을 인하한 것이나 도매상과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부쩍
강화한 것도 프리미엄급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함을 보여준다.

내년부터 양주시장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애주가들의 주머니사정이 고급양주가 통할 정도로 넉넉해졌음을
간파한 양주업체들이 잇달아 원액을 15년이상 숙성시킨 최고급품들을
내놓으며 "주령올리기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이스코트는 이미 "품질은 15년산급, 가격은 12년산급"임을 강조하며
딤플15년산을 월간 2만상자 이상 팔리는 인기제품으로 성장시켰다.

두산씨그램은 시바스리갈 15년산을 내놓고 고급 선물용 시장과
유흥업소를 집중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진로도 임페리얼을 중심브랜드로 삼아 다양한 연수의 제품을 갖춘다는
계획아래 지난 봄부터 17년산과 21년산의 개발에 들어갔다.

수입업체도 가세전망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수입위스키들도 고급화
경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양주의 주세가 현재의 120%에서 100%로 20%포인트 낮아진다.

가격인하요인이 생긴 만큼 위스키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황금시장"을 잡기위한 판매경쟁에선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양주업체들의 각오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