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현대그룹의 갑작스런 정몽구회장체제 출범에 내심 놀라면서도 이미
여러해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며 당연히 이뤄질 것이 이뤄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몽구회장이 맡았던 일을 보더라도 이미 후계
구도에 힘이 실려 있다는 인상을 주는등 외부로 그룹의 후계구도가 표출돼
왔다고 말하고 정주영명예회장의 정계진출등으로 흔들렸던 그룹이 올들어
대정부 관계가 정리되면서 본격적인 후계구도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정몽구회장의 취임은 현대그룹으로서는 제2의 탄생이며
갑작스럽다기 보다는 그렇게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대리인이
아닌 진짜 오너가 총수로 등장, 그룹을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의 2세경영체제 개막이 빠르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지난해부터 후계체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놀라운 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가 그동안의 형제간 분할체제에서 총체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총수를 등장시켜 본격적인 후계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후세가 많은 집안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후계체제를 마무리짓는가가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고 이 관계자는 말하고 미리부터 짜여져 있기는 했으나
경쟁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짜여진 것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의 일부 인사들은 정몽구회장의 취임이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나 연말인사에 갑자기 이뤄진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 현대그룹이 비자금 사건이후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한데 이어 또다시
정몽구회장의 취임까지 단행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갖게될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