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저변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체수나
고용면에서 단연 우위에 있고 GNP에 대한 기여도 또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경제구조가 건실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경제가 육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개발경제시대의 타성에 젖어 대기업에 의지하는
경제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노태우씨 부정축재 사건에서 드러난 대기업과의 정경유착을
단죄함에 있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기업총수들을 관대히
처분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8일 김영삼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대기업이 물품 및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대기업의 선처에 의지하는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는한 불공정거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환경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먼저 평등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여 현실을 감안한 조치가 신속히
강구돼야 한다.

다음으로 진성어음에 대한 금융기관의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면
한다.

부도기업이 늘어나는 작금의 현실에서 금융기관의 위험부담이 따르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술개발 능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미약한 담보력을 감안하여
기술을 담보로 한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경쟁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촉진한다는 면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고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선처에 의지하는한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개발로 중소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안정된다.

정부가 앞장설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형유 < 서울 성북구 안암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