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자 철강등 중화학산업의 호조와 달리 올해 섬유경기는 지난해
보다도 나빴다.

우선 수출이 1백83억달러(추정치)로 6%정도 신장되는데 그쳤다.

지난해 8.7%로 90년대들어 최고의 신장율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생산도 사류의 경우 불과 6.4% 증가한 2백만t에 머물렀다.

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하던 섬유경기는 올해 다시 부진의 골로
빠져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특수가 식었기 때문이다(섬산련 유득환부회장).

섬유의 수출비중은 70%안팎.

그중 30%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중국으로 나간다.

구조적으로 중국이 기침을 하면 국내업계는 곳불을 앓을 수밖에 없게
돼있다.

대중수출(홍콩 포함)이 지난해 31.1%% 신장에서 올해 23.4%로 둔화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섬유경기의 침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내년은 어떤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와 막말로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으나 비관적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물론 낙관적 전망은 중국특수를 바탕으로 한다.

김주성코오롱전무는 "중국의 정치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WTO체제에 맞춰
무역관련제도를 손질하려는 중국정부의 노력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특수가 터질 것이란 기대다.

업계일각에서는 이같은 기대에 근거해 내년에는 섬유수출이 1백9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더 낙관적이다.

무협은 내년엔 섬유수출이 1백99억7천만달러로 올해보다 9%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섬유산업연합회와 산업연구원은 올해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수출여건이 그다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엔화약세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섬산련은 직물수출은 6-7%정도 늘어나겠으나 섬유제품수출이 3~4%가량
줄어 내년 전체 섬유수출은 1백88억-1백90억달러로 올해보다 3-4% 신장
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상반기에 어려울 것으로 지적했다.

내년 하반기에 4.8%의 신장세를 보여 연간기준으로는 수출이 2.2%정도
증가할 전망이나 상반기에는 오히려 0.5%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

산업연구원의 이같은 부진의 근거로 직물의 중국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엔고의 후퇴로 그동안 증가세를 보여온 편직제의류의 대일수출
마져 위축될 것이란 점을 꼽았다.

부문별로는 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부진했던 면방 모방 염색가공 니트 의류등은 물론 올해 비교적 좋았던
화섬업종도 생산과잉 현상을 보여 호황이 기대되는 섬유업종이 거의 없을
것이란 예측(섬산련 강기재부장)이 지배적이다.

화섬업체들은 화섬경기가 호조를 나타냈던 올해초 투자계획을 세워 이미
설비발주를 마친 상태.

따라서 내년에 이들 신규설비가 본격가동되면 "수요부진속의 공급과잉"이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만용화섬협회부회장은 "생산증가분을 수출로 돌릴 수밖에 없어 수출은
물량기준으로 10%정도 신장될 것으로 예상되나 TPA(테레프탈산)등 화섬원료
가격의 상승으로 채산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방은 내년에도 생산이 줄어들 전망.

다만 연평균 9%에 달했던 감소폭이 3-4%에 그치고 6%정도의 수출신장이
기대된다는 점을 면방업체들은 위안으로 삼는 분위기다.

직물은 "올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의 시장여건만 호전되면 화섬
직물분야는 또다시 주력 수출업종으로 부상될 수 있을 것"(직물수출조합
권태정부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설비확장에 따른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류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수시장의 활황세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수급측면에서는 90년대들어 공급과잉 양상이 나타나 업체들의 재고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