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제2회 보해컵은 중국의 펑윈 팔단에게 돌아가 한국여자기사들이
아직 세계수준과는 격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펑윈 팔단은 한국경제신문사.KBS 공동주최, 보해양조 후원으로 20일
경주현대호텔에서 열린 제2회 보해컵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제2국에서
6시간에 이르는 혈투끝에 이영신 초단을 237수만에 흑5집반으로 따돌렸다.

이로써 펑윈은 2연승으로 보해컵을 품에 안으며 이대회 2회연속
중국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8강에 그쳤던것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제2국은 초반부터 장고의 연속이었다.

막판에 몰린 이초단은 물론 펑윈 팔단도 1회대회결승에서 1국을 이긴뒤
2국을 역전패하며 결국 루이 나이웨이 구단에게 패권을 넘겨줬던 쓰라린
경험이 있어 흑67에 47분여를 소비하는등 신중한 대국자세를 보였다.

대국초반은 무난한 포석으로 팽팽히 어울리는 바둑.

중반들어 148로 하변을 민 이초단의 선택이 지나치게 실리를 쫓은
수여서 하변과 우변일대가 위험해지는 불리한 국면에 빠졌다.

그러나 펑윈 팔단의 흑53도 느슨한 수로 백54를 허용, 다시 호각지세가
됐다.

53으로 54의 곳에 두었으면 흑이 두기 편한 국면이었다.

기회를 놓친 펑윈팔단은 흑55 강수로 응수했다.

이때 이초단은 56으로 젖혔는데 반대쪽 57로 젖혔으면 절대 유리한
바둑이었다.

이후 펑윈 팔단은 하변에서 흑93.95로 패싸움을 하면서 실리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패를 해소하면서 펑윈팔단은 좌하귀 백5점을 잡아 승기를 잡았고
이초단은 하변과 우변을 수습한뒤 좌변에 백100으로 달리며 새로운
승부처를 찾기에 부심했다.

그러나 펑윈 팔단은 계속되는 이초단의 저항에 침착하게 응수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국막바지 이초단은 펑윈이 중앙 193, 195로 맞끊은 무리수를 이용,
거의 대등하게 따라붙어 한때 대역전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뒷심부족으로
승부를 되돌리는데는 실패했다.

펑윈 팔단은 3만달러(약 2,400만원), 이초단은 6,000달러(약48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