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로소 새 내각 명단이 발표되었다.

김영삼 정권의 다섯번째 총리인 이수성 내각이 마침내 정식 출범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도 실장을 포함하여 새로운 진용으로 개편되었다.

12.20 개각명단을 처음 대한 느낌은 예상을 깼지만 무난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전면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했지만 결과는 "대폭적"이란 표현마저
썩 어울리지 않을 범위로 낙찰되었다.

40대 장관이 들어 있지만 처음은 아니고, 젊어지지도, 예상됐던 세대교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역시"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있는 인사들"을 기용
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뚜렷하며 그 점이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리게 하는
대목이다.

집권 후반기에도 벌써 깊숙이 접어든 김대통령은 이제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목표와 과제들을 차질없이 실천하고 마무리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신성이나 개혁성보다 전문성과 조용하지만 강한 추진력
을 갖춘 인물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새 내각에 국민이 어떤 기대를 걸어 보려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예외가 없지 않으나 대개는 낯익은 얼굴이고 내년봄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과도 선거내각"이란 성급한 자리매김이 벌서부터 나도는
터이다.

그러나 할 일은 많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은 거의 다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고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다.

경제를 챙기는 일도 그와 연관이 깊다.

5.18특별법의 제정을 계기로 전-노두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5-6공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작업은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폭넓은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속에 진행되고는 있으나 갈등이 없지 않으며
그 결과와 파장은 예단을 불허한다.

몇달을 두고 계속될 "세기적 재판"은 사법부의 일이지만 행정부라고 초연
할 수는 없다.

정치 경제 사회적 파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경제분야에는 특히 난제가 많다.

경제팀의 장을 포함해서 최다수의 교체가 있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수선하고 안보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불안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극도로 위축된 투자의욕과 소비심리를 추스릴 필요가 있고 개혁과 세계화를
계속 차질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총선과 뒤이은 정계개편, 그리고 노사문제등 예고된 불안요소들에 대한
불안감을 없이 경기가 연착륙하고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온건하면서도 실물경제에 밝은 경제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포진한
경제팀에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돈안드는 선거, 공정한 선거관리는 내각만의 과제는 아닐지라도 특히 강조
돼야 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잘못된 역사의 청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성숙된 선거문화와 정치, 그리고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개각에 특히 무게가 실린 경제와 총선을 원만하게 꾸리는 일은 일차적
과제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